국가개조와 지방분권 헌법개정 (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앞편 보기 --- >
Ⅲ. 지방분권 개헌
1. 왜 지방분권인가?
1) 지역발전을 위하여
지금까지 지역발전을 중앙정부가 주도해왔다. 해방이후 중앙정부가 나서서 지역발전을 약속하지 않은 적이 없다. 대통령선거 때마다, 국회의원선거 때마다 지역발전공약과 청사진이 제시되었다. 엄청난 예산도 퍼부었다. 하지만 모두 실패했다. 투자한 만큼 지역사회발전에 도움이 될지 의문인 사업들이 많았다. 그 지방에 그 돈을 주었더라면 그 사업을 위해서 결코 쓰지 않을 사업이 많았다. 중앙의 지원으로 지역발전을 할 수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앙은 지방의 표를 얻기 위해 생색나는 사업만 지원하고, 지방은 지원을 받기 위해 중앙정치권의 선거전략에 도움되는 사업의 지원을 요청한다. 돈만 낭비되고 지역발전은 뒷전이다. 낙후된 지역은 여전히 낙후되어 있다.
이제 지역발전전략을 바꾸어야 한다. 지역주민과 지방정부가 지역발전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싱가포르를 들 수 있다. 싱가포르는 국가의 경쟁력이 세계에서 2위이다. 1인당 국민소득도 5만 달러를 훨씬 넘는다. 1965년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할 때 1인당 GDP는 400달러에 불과했다. 실업률은 14%에 달했으며 제조업은 전무한 상태였다. 싱가포르는 독립을 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말레이지아의 배후시장을 겨냥하고 중앙정부로부터 지원을 기대하면서 독립을 거부하였다. 하지만 말레이시아는 싱가포르를 추방했다. 원하지 않은 독립을 한 싱가포르는 세계를 상대로 수출지향적 가공무역 경제정책을 펴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싱가포르의 독립은 100% 분권화이다. 원하지 않았던 독립이지만 독자적인 발전정책을 편 결과 빈국에서 부국으로 발돋움했다. 싱가포르가 중앙정부의 지원을 기대하고 말레이시아에 계속 잔류했더라면 오늘의 싱가포르는 없을 것이다. 현재 재정이 열악한 강원도가 지방분권에 가장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의미가 크다.
‘간섭만 하지 않으면 우리 지역은 우리가 발전시킨다’는 의지와 역량을 구비하면 지역은 발전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손발을 묶어놓고 있는 각종 사슬을 풀어서 지방의 활동자유를 회복시켜주어야 한다. 지방주도형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주민들의 자치의식과 자치역량을 높이고, 지역발전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감당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100% 분권은 아니지만 적어도 50 내지 60%의 분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그래야 지방이 산다.
2) 국가발전을 위하여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국가의 혁신이 있어야 한다. 지방분권을 통하여 지방끼리 경쟁을 하게 되면 지방의 입지여건을 개선하기 위하여 지방정부와 주민은 혁신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과 주민을 유치하고 기존의 주민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지방이 혁신경쟁과 서비스 경쟁을 하게 된다. 이를 통하여 지방의 효율성은 높아진다. 지방에서 발견된 효율적인 조직방식과 업무처리방식의 개선은 국가에도 영향을 미쳐 국가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영향을 미친다. 아래로부터 국가의 혁신이 일어나게 된다. 지방은 혁신제작소가 된다.
스위스를 방문하여 유력한 경제학자인 프라이(Rene Frey)교수에게 스위스를 잘 살게 하는 제도 중에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만 꼽는다면 무엇인가 하고 물었다. 프라이 교수는 서슴없이 지방자치를 포함한 연방제도라고 했다. 지방끼리 경쟁을 통해서 아래에서 위로 혁신이 국가발전에 이바지 한다고 했다. 지방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주민이 생활하기에 쾌적하고 편리한 지역을 만들기 위한 경쟁을 하다 보니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곳이 되고 가장 살고 싶은 나라가 된 것이라고 했다.
헌법을 개정하여 지방의 손발을 풀어준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혁신에너지가 쏟아져 나올 것이다. 물론 모든 지방이 성공적인 성과를 거둘 수는 없을 것이다. 실패한 곳도 나올 것이고, 부패로 망가지는 곳도 나올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한군데라도 성공하는 곳이 나오는 것이다. 한 지방의 성공과 실패는 다른 지방에서 성공사례 혹은 실패사례로 학습하게 될 것이고, 성공사례는 확산될 것이고, 실패사례는 되풀이하지 않게 경고기능을 할 것이다. 그리하여 성공사례는 늘어나고 실패사례는 줄어들 것이다. 이는 지방정부에 그치지 않고 중앙정부로 확산되어 중앙정부를 혁신시키는 동기를 부여할 것이다. 스위스의 연방정책이 칸톤차원에서 효과를 낸 제도를 도입한 것이 많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3)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도덕적 해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지방정부에 대해 중앙정부가 간섭하는 경우에 지방정부는 지방이 발전하지 못한 것을 중앙정부의 탓으로 돌릴 수 있다. 중앙정부가 규제를 해서, 중앙정부가 도와주지 않아서... 등 핑계를 댈 수 있다. 지방정부의 실패 사례 중에서 상당한 부분이 중앙정부가 불필요하거나 잘못된 간섭을 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많다. 예컨대 1990년대에 이른바 제3섹타 경영을 내무부가 주도하여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도록 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1개의 제3섹터 사업을 하도록 사실상 강요했다. 결과는 모두 실패했다.
오늘날 지방정부의 업무 중에서 대부분의 자치사무조차도 세세한 부분까지 그 처리 여부와 처리방식이 법규의 형식으로 규율되어 있다. 따라서 지금 지방의 실패는 중앙정부에 그 원인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방이 지방사무를 자치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책임도 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헌법개정을 통해서 지방의 자치사무에 대한 중앙정부의 규제를 풀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도덕적 해이는 지방정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중앙정부의 도덕적 해이는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대통령선거에 쏟아져 나온 각종의 복지공약이 이에 속한다. 중앙정부는 이들 복지 사업을 수행함에 있어서 비용의 일부만 부담하고 지방정부로 그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 중앙정부가 그 비용을 감당할 책임을 회피하고 지방정부에게 전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즉, 남의 돈으로 선심을 쓰는 도덕적 해이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하여 지방정부는 디폴트를 걱정하고 있는 수준이 되었다. 중앙정부가 이러한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포퓰리즘 공약을 남발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헌법개정을 통하여 중앙정부의 재정책임과 지방정부의 재정책임과 자율성을 명확히 규정해 주어야 한다.
4) 통일을 위하여
지방분권제도인 연방제도는 원래 통일을 위한 조직원리이다. 미국 연방제도와 캐나다 연방제도, 호주 연방제도 등이 그렇다. 각각 독자성을 가진 식민지 지역을 통합하여 하나의 나라로 만들기 위한 통일의 제도적 장치로 고안된 것이 연방제도이다. 스위스에서도 각 지역의 독자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면서도 전체로서 하나의 국가적 통합성을 갖도록 하기 위하여 연방제도를 채택한 것이다. 이런 면에서 지방분권 제도인 연방제도는 통일을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독일의 통일도 마찬가지로 연방제를 통하여 달성되었다.
70년간이나 분단된 우리나라에서 북한지역을 포용하여 하나의 나라로 통일하는 것은 현재의 헌법체제하에서는 어렵다.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그 비용이 너무나 크다. 이에 북한지역의 특수성과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포용할 수 있는 정치적인 틀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통일이 되고 난 뒤에 혼란상황하에서 새로운 헌법을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북한에서 주장하는 연방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불가능하다. 근본적인 가치를 공유하지 않은 통일은 하나의 국가로서 통일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남한과 북한이 두 나라로 한 국가를 형성하는 경우에 사사건건 대립하게 되어 통일은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남한지역과 북한지역에 고도의 자치권을 갖는 다수의 지역정부를 전제로 하나의 통합된 국가로서 통일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독일도 같은 방안을 채택하였다. 독일의 연방제체제 안에 동독지역의 주를 부활해서 가입하도록 한 것이다. 서독지역의 분권체제가 독일통일의 후유증을 감소시키는데 큰 기여를 했다.
이에 비해서 우리 헌법은 북한지역을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남한지역만이라도 분권적인 지역정부를 우선 구성하여 지역의 독자적인 경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통일이 되는 경우에 북한지역이 우리의 지역정부를 본받아 독자성과 책임성을 가지면서 하나의 국가 안에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포용할 수 있다. 통일헌법을 통일 후에 만든다는 것은 너무 늦다. 남한지역만이라도 헌법을 개정해서 통일질서로서 지방분권체제를 먼저 실현해야 한다.
5) 정국과 사회의 안정을 위하여
많은 문제를 지방에서 해결하도록 하면 중앙정치는 그만큼 안정이 된다. 지방마다 다양한 선택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중앙의 소수자가 지방에서는 다수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방문제로 중앙정치권이 다툴 일이 그만큼 감소되기 때문이다. 지방분권은 정치적 안정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사회적 안정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중앙정치권이 정쟁으로 마비가되어도 지방정치가 살아있다면 주민들의 일상생활은 안정될 수 있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하에서 대통령이 탄핵되는 초유의 사태에서도 국민생활이 안정되었던 것은 지방자치의 실시로 인한 위험분산의 결과로 볼 수 있다.
2. 현행 지방자치 헌법규정, 무엇이 문제인가?
헌법 제117조와 제118조는 지방자치에 대한 헌법상 보장을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여 지방자치단체가 그 업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하는데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1) 몇 가지 상황
o 상황1: 정당공천배제제도 도입의 실패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여당과 야당의 대통령 후보들이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도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하였다. 당시 일반국민에 대한 여론은 조사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었으나 국민의 70%내지 80%가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도폐지를 찬성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과 야당에서는 정당공천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정당제도를 보장하는 헌법 제8조에 위반된다는 것을 이유로 정당공천폐지공약을 번복하여 정당공천을 실시하였다. 정치권에서는 헌법재판소가 정당공천제도의 폐지가 위헌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했다고 사실을 왜곡하여 위헌의 근거로 삼았다. 법률학자들의 대부분은 정당공천배제가 합헌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을 빙자하여 정당공천배제공약을 철회하는데 이용하였다.
o 상황2: 과세권이 없는 지방세
지방자치단체가 재정난을 해소하기 위하여 지방세를 조례로 신설하고자하나 법률의 위임이 없는 한 헌법 제59조의 조세법률주의에 가로막혀 법정외세의 도입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국세와 지방세의 조정 등에 관한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중복과세를 다른 법률로 규정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어서 주요세원인 소득세나 법인세 등을 조례로 지방세원으로 할 수 있도록 법률로 위임하는 것조차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지방자치의 근간이 되는 자체수입의 확보방안이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봉쇄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하여 지방의 재정적 국가의존은 심화되고 지방의 자기책임성은 실종되고 있다.
특히 지방의 주요세원인 취득세에 대해서 국가가 일방적으로 세율을 인하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가 겪는 재정난의 원인을 제공하였다. 지방세의 세율조차도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과세권을 원천적으로 부정한 것으로 지방세는 국세처럼 운용되고 있다.
o 상황3: 복지비용의 지방전가
국가적인 과제로 각종 복지정책을 도입하여 포퓰리즘정책을 양산하고 있으나 국가가 그 비용부담의무를 일부만 부담하여 지방정부에게 비용을 전가시키고 있다. 이로 인하여 지방재정이 취약해지고 있으며 디폴트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적인 과제를 지방이 수행하도록 함으로써 중앙정부는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인기영합정책을 양산하게 되어 도덕적 해이에 빠지고 무책임하게 된다. 중앙정부가 지방의 비용부담으로 선심을 쓰고있다. 지방정부는 국가사무수행비용을 충당하느라 자치사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재원이 고갈된 실정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자체사업을 할 수 있는 재원이 없다. 이는 자치없는 명목상의 자치가 된다. 역시 헌법상의 한계에 부딪혀 국가의 비용전가를 방어하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o 상황 4: 반쪽이 된 지방의 정책자율성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제정범위를 두고 많은 논란이 있었다. 특히 주민의 권리제한이나 의무부과, 벌칙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기 위해서는 법률에 의한 위임이 있어야 한다는 지방자치법 제22조 단서에 대해서는 헌법에 위반되기 때문에 헌법에 위반된다는 주장이 많다. 이에 대해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자치사무를 수행하기 위한 정책적인 과제는 주민의 권리제한이나 의무부과와 관계있는 것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정책은 국회가 법률로 위임해주지 않는 한 지방에서는 아무런 정책을 구상할 수 없다. 지방정부에서 조례로 정책화할 수 있는 방법은 유일하게 주민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정책을 수행하는 방식밖에 없게 된다. 이는 지방재정을 더욱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주민이 지역발전을 위하여 당연히 협조하고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익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도록 하여 주민을 도덕적으로 타락시키고 있다.
예컨대,
- 주차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차고지 증명제를 조례로 도입하려고 했으나 법률에 위임이 없어 실패한 사례
- 어린이 놀이터 안전규격에 대한 법률상의 결함을 조례로 보충하려 해도 법률의 위임이 없어 장기간 방치
- 교통량해소를 위해 최소주차면적 대신에 최대 주차면적을 제한하려는 정책은 선진국에서는 조례로 많이 도입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법률에 조례에 위임하는 근거가 없어 어려움.
2) 자치권 없는 자치
o 지방자치단체의 하급기관화(헌법 제117조의 법률우위의 원칙)
지방자치단체는 자치입법권을 가지고 있지만 법령의 범위 내에서 인정된다. 자치입법권은 법령의 범위안에서 인정되므로 국가가 법령으로 자치사무에 대한 세세한 규정을 하고 있으면 자치입법권을 통한 입법의 여지는 거의없다(법률우위의 원칙). 지방자치단체가 처리하는 위임사무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자치사무에 대해서도 법령으로 상세한 지침을 정하고 있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에게 독자적인 지방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 자치사무도 그 지침이 중앙정부에 의해서 법령의 형식으로 이미 다 정해진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지방자치단체는 독자적인 정책구상에 의해서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자치주체가 아니라 사실상 중앙정부의 하급집행기관이 된다. 즉, 지방의 잘못은 중앙정부가 법령의 형식으로 입력한 정책의 잘못인 경우가 많다.
o 자치입법권의 박탈(헌법상의 법률유보의 원칙)
주민의 권리제한이나 의무부과에 관한 자치입법권은 법령에 위임이 있어야 행사할 수 있다. 많은 헌법학자들이나 헌법재판소, 법원의 판사들은 이를 헌법 제37조 제2항(기본권제한의 법률유보)에 의해 법률의 위임이 없으면 조례나 규칙으로 주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법률유보의 원칙). 중앙정부가 규율하지 않은 영역이 있어도 이러한 제약 때문에 자치입법권은 또다시 무력화되고, 그만큼 지방의 정책적인 활동범위는 축소된다.
독일의 경우에는 주법도 여기에서 말하는 법률에 해당되기 때문에 지방정부의 입법권은 그만큼 폭넓게 보장되지만, 법률제정권이 중앙정부에 독점된 것으로 보는 우리의 현실에서는 지방의 자치입법권 내지 정책자율권은 무력화된다. 더구나 헌법재판소가 독일판례를 수입하여 의회유보설 내지 중요사항유보설에 의하면 지방정부의 모든 중요한 결정은 법률로 결정해야 한다. 이에 의하면 모든 중요한 사항은 국회가 정해야 하며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는 중요하지 않은 사항만 결정할 수 있다는 결론이 된다. 이러한 해석이 지방자치를 보장하여 지방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아래로부터 혁신을 통해서 지역발전과 국가발전을 꾀하려는 헌법상 지방자치의 취지에 걸맞지 않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과 다수의 학자들은 지방자치를 협소하게 해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o 자치조직권의 무력화(헌법 제118조의 조직법정주의)
헌법 제118조는 의회와 지방자치단체장의 선임방식을 비롯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과 운영방식 등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조직법정주의). 지방자치단체의 조직은 지역에 따라 다양한 특성이 반영될 필요가 있고, 행정혁신은 대체로 조직혁신을 통해서 일어난다. 지방조직을 기관의존형으로 할 것인지, 기관독립형으로 할 것인지, 합의제기관으로 할 것인지,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지방선거를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를 일일이 국가가 법률로 규정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독립하여 분가한 지식의 집에 가구배치까지를 부모가 결정하고 자식들이 따라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과 같다. 지방분권이 잘된 스위스에서는 중앙정부의 조직은 지방정부의 조직중에서 잘 운영되는 것을 본받아 혁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앙정부를 합의제기관으로 운영하는 것, 직접민주제의 도입, 복식부기제도의 도입 등이 이에 해당한다. 아래로부터의 정부혁신은 지방의 조직자율성을 보장함으로써 큰 위험없이 검증된 제도를 채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조직법정주의를 통하여 우리는 아래로부터의 혁신효과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으며, 지방이 필요에 따라 조직을 변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 예컨대, 부시장을 몇 명으로 할 것인지, 의회와 집행기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집행기관을 독임제로 할 것인지 합의제로 할 것인지 다양한 실험과 지역특성의 반영이 요구되는 분야이다. 이를 전국적으로 획일적으로 법률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반분권적인 발상이다.
3. 법률개정으로 자치권보장이 가능한가?
많은 사람들이 헌법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법률개정으로 자치권을 보장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물론 조금은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법률개정으로는 자치권보장이 불가능한 경우가 적지 않다. 예컨대, 현안문제가 되고 있는 정당공천배제문제이다. 정상적인 헌법해석에 의하면 법률로 이를 규정할 수 있다. 하지만 여당과 야당은 한목소리로 정당공천배제가 헌법에 위반되기 때문에 불가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헌법개정이 없는 한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주민의 권리제한이나 의무를 부과하는 조례는 헌법에 의해서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경우에 일일이 개별적으로 법률에 위임근거를 마련해주면 될 수 있다는 반론도 있으나 법률개정도 헌법개정 못지않게 힘든 작업이다. 어린이놀이터 안전문제는 20년 전에 이미 문제가 제기되었고, 엄청난 노력에도 불구하고 방치되고 있다가 불량놀이시설로 어린아이가 깔려 죽기고난 다음에 2008년에 와서야 겨우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이 제정되었다.
헌법개정을 통해서 바로 해결할 수도 있는 문제를 20년 가까지 온갖 투쟁을 거치면서 겨우 법제화하는 것은 서울과 부산을 KTX로 금방갈 수 있는 것을 소달구지를 타고 몇 달간 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일부에서는 헌법개정은 경제발전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으나 이는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헌법은 정치법이다. 정치개혁을 위해서는 헌법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치개혁을 얘기하면서 헌법개정을 거부하는 것은 정치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얘기와 마찬가지이다. 국가운영방식이 잘못되어 대형사고를 수습하지 못하고, 정국이 마비되어 정부에 대한 국민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는 현실에서 대통령은 국가개조를 제안했다. 국가경영의 틀을 바꾸어주는 국가개조는 헌법개정을 전제로 한다.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혁신이 아래에서 일어나도록 하는 지방분권이 필요하다. 지방분권은 헌법개정을 전제로 한다.
노무현정부, 이명박정부, 박근혜정부에서 대를 이어 지방분권을 대통령 소속기관에서 논의했지만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것은 헌법개정을 제외하였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번창하는 스위스와 독일에서는 거의 매년 한두 차례 헌법을 개정하고 있다.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은 거의 없다. 오히려 반대결과이다. 스위스 정치가 안정되고 국가경쟁력이 높은 것은 지방분권적 국가운영체제가 큰 기여를 한다(R. Frey).
4. 지방분권개헌, 무엇이 필요한가?
1) 정당공천배재를 통한 지방정치의 복원
지방정치는 정당공천에 의해 발목이 잡혀있다. 지방선거는 전국선거가 되고, 공천을 받아 당선된 지방정치인은 다음 선거의 공천을 받기 위해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종속된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전국정치를 하는 대신에 정당공천을 매개로 지방정치를 하고 있다. 이로 인하여 지방정치도 실종되고, 전국정치도 실종된다.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배제에 대해서는 지방자치가 부활한 이래 치열한 논쟁을 거쳐서 이미 결론이 나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와 시군구의장협의회는 그 동안 지속적으로 지방선거정당공천배제를 추진해왔다. 이러한 운동이 성과를 거두어 국민의 70% 내지 80%가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의 배제를 지지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는 여야의 대통령후보가 모두 이를 공약하였다.
이 정도가 되면 선거법을 고쳐서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을 배제하는 것이 정상적인 나라의 모습이다. 하지만 여당과 야당의 지도부는 정당공천배제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논리를 급조하여 공약을 번복하였다. 이에 헌법개정을 통하여 종국적으로 해결하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공약을 지키려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 정당공천배제가 헌법위반이라는 주장하여 공약을 파기한 정치권에게 공약의 진정성을 찾을 수 없다. 정치권이 공천배제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는 헌법개정을 추진해야 한다. 정치권에서 헌법위반을 주장하면서 공약을 지키기 위한 헌법개정을 추진하지 않는 것은 정치인의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일이다.
헌법을 개정하는 경우에 헌법 제8조에 “지방선거에서는 정당의 공천을 배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면 될 것으로 본다.
2) 재정자율성과 재정책임성
지방분권을 하는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문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권한배분과 배분된 업무를 수행하는데 드는 비용의 충당과 관련된 문제이다.
우리 헌법은 이에 관하여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모든 것이 중앙정부의 입법자에서 백지위임이 되어 있는 실정이다. 지방정부와 이해관계가 상반될 수 있는 중앙정부의 입법자에게 권한과 재원에 관한 결정권(입법권)을 백지위임한 것은 지방자치의 최종적인 안전판을 중앙정부에 넘겨준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우리 헌법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재원배분과 비용분담에 대해서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를 명확하게 해놓지 않으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사이의 분쟁이 끊임없이 일어날 수 있고, 갈등구조가 심화될 수 있다. 취득세 인하문제, 복지비용의 분담문제 등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갈등조짐은 이미 현실적인 것이 되었다. 지금이라도 헌법상 이를 명확히 해놓지 않으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사이의 갈등관계는 파국을 맞이할 수도 있다.
3) 지방세 강화와 조세경쟁
지방세와 국세의 비중이 20:80이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의 자주재원으로서 지방세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총론에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떤 지방세를 더 도입하고 세율을 어떻게 할 것인지 각론의 문제에 부딪히게 되면 격렬한 의견대립이 있게 된다. 한편에서는 고유한 지방세를 창설하거나 확장하는 대신 재정조정제도를 통해서 조세수익의 균형을 취해야한다는 주장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조세경쟁을 통한 혁신과 재정에 대한 자기책임을 강화하고 재정부담에 민감해진 주민들의 행정통제를 유발하기 위해 고유한 세원으로서 지방세의 세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이에 속한다.
전자에 의하는 경우 조세경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자원배분의 효율성, 절약적인 지출, 주민들의 행정통제참여, 조세경쟁으로 인한 혁신과 창의성의 신장, 지방정부의 효율성압박 등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오히려 반대로 지출을 가능하면 늘리고, 국가의 보조금이나 교부금을 가능한 많이 따오려는 경쟁을 하게 된다. 이로 인하여 자원의 낭비는 물론 자기책임성은 현저하게 줄어들게 된다. 지역간의 분배투쟁으로 인하여 지역간 감정대립이 심하여 진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근본적인 방안은 각자 자신의 돈으로 스스로 살림을 꾸리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 스스로 결정한 업무를 수행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을 자기책임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주민들이 조세로 부담하는 연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 가능한 한 지방세를 어떻게 부과하고 징수하고, 이를 쓸 것인지를 스스로 정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는 지방세에 대한 지방의 과세권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세목과 세율이 모두 중앙정부에 의하여 결정되기 때문이다. 지방정부에게 세목과 세율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과세권을 부여하는 것이 지방재정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하다.
중요한 세원은 모두 국세로 되어 있기 때문에 지방세로 부과할 수 있는 세금이 한정되어 있다. 이에 개인이나 법인의 소득세에 대해서 지방자치단체도 부과할 수 있는 세원공유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중과세 내지 중복과세 금지의 원칙을 포기할 때가 되었다. 지방에서도 국세와 상관없이 소득세나 법인세 등 현재 국세로 분류되어 있는 세금을 지방에서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독일이나 스위스 등과 같이 선진국에서는 국세와 지방세의 세목이 중복하도록 하고 있어도 큰 문제가 없다.
취득세와 같이 지방세의 근간이 되는 세금도 중앙정부가 중앙정책을 위하여 세율을 바꾸는 우리나라는 지방세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방마다 세율을 자주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여 지방간 조세경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조세가격이 작동을 하게 되고 주민들이 지방정부로부터 받는 서비스와 자신이 내는 세금을 비교하여 지방정부로 하여금 혁신을 하도록 요구를 하게 될 것이다. 낭비를 줄이고 효율적인 정책을 추진할 것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현재와 같이 방만한 지방재정의 운영을 방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방의 창의성과 책임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이제 지방재정구조를 바꾸어 주어야 한다. 총조세의 50%는 지방세로 하고, 중앙은 국가총조세의 50% 정도를 걷어서 40%는 중앙정부에서 쓰고, 나머지 10%를 지방에 분배를 해서 재정격차를 해소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왕 지방에서 사용할 재원을 지방이 스스로 지방세로 거두도록 함으로써 조세를 주민이 체감하도록 하고, 지방정책에 대한 부담을 주민의 세금부담으로 직결시켜 조세의 가격기능을 회복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역간의 재정격차문제는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재정이 풍부한 지역의 세금 중에서 일부를 재정이 빈약한 지역에 이전하는 수평적인 재정조정제도를 통해서 재정격차는 해소하고, 중앙의 간섭은 배제하는 방법이 바람직하다.
4) 중앙정부의 재정책임의 지방정부에 전가금지 제도화
지방자치단체가 복지지출의 급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가가 결정한 복지정책의 비용의 상당한 부분을 지방정부로 전가시키고 있다. 말하자면 중앙정부는 선심만 쓰고 비용은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지출하도록 하는 구조속에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 지방정부는 국가사무인 복지사무를 수행하는 손발에 불과하다. 국가사무인 복지사무의 소요비용은 당연히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 복지사무를 수행하는 지방자치단체는 국가를 대신하여 복지의 배달책임을 맡고 있는 것이다. 지방으로 하여금 복지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것은 배달부에게 물건 값도 내라고 하는 것처럼 부담하다.
중앙정부가 결정한 복지정책의 비용을 지방정부에 떠넘기게 되면 중앙정부는 자신의 부담능력은 고려하지 않고 복지정책을 계속 확대하는 도덕적해이에 빠지게 된다. 지방자치단체는 자신의 의사결정과는 상관없이 중앙정부가 결정한 복지 정책으로 인하여 부담만 늘어나게 되는 결과가 된다.
복지정책에 있어서 원인자부담주의를 엄격하게 실현하도록 하여야 한다. 즉, 중앙정부가 법령으로 지출의무를 규정한 정책은 중앙정부가 그 비용전부를 부담하도록 하고 지방정부에 재정적 부담을 떠넘겨 전가하지 못하도록 하여야 한다. 그래야 중앙정부는 부담능력을 감안하여 합리적인 정책결정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마치 음식점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자가 그 비용도 지불하도록 함으로써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같다. 양자의 불일치는 도덕적인 해이를 가져올 수 있고 자원의 낭비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중앙정부가 결정한 복지비용은 중앙정부가, 지방정부가 결정한 복지정책은 지방정부가 그 비용의 전액을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결정한 복지를 일반재원인 지방교부세로 비용을 충당하도록 해서는 안된다. 이는 결국 중앙의 비용을 지방으로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중앙정부가 법령으로 결정해서 증가된 비용은 일반재원인 지방교부세외에 별도의 재원을 마련해서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것을 연계성의 원칙(Konnexitätsprinzip)이라고 한다. 스위스 헌법은 이를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비용을 지불하는 자가 결정을 하도록 하고 있다. 독일의 주헌법들도 이를 도입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재정지원 없는 위임개혁법(Unfunded Mandates Reform Act)를 통해 이에 대처를 하고 있다.
5) 자치입법권(지방의 정책자율성)의 보장
지방자치사무를 수행할 것인지 여부와 수행하는 경우에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자기책임하에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이는 우리의 현실에서 하나의 이론에 불과하다.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라고 하더라도 입법자인 국회와 중앙정부는 법률과 명령의 이름으로 그 수행여부는 물론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도 세세하게 지침을 만들어 놓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이름으로 포장된 중앙정부와 국회의 지침을 집행하는 하부기관에 불과하게 된다. 자치실종이다. 위장된 타치제도(他治制度)이다. 자치사무는 국가사무인 위임사무와 거의 차이가 없게 된다. 자치사무는 국가사무화된다.
더구나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가 법령이외의 형식으로 간접적인 규제의 덫에 걸려있다. 지역개발사업이나 보조금 등과 같이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눈치를 사실상 살피지 않을 수 없는 압력을 행사하는 것을 감안하면 지방에 자치공간은 거의 중앙정부가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타개하여 지방의 정책자율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
o 지방자치법 제22조의 삭제
지방자치법 제22조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안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다만, 주민의 권리제한 또는 의무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방자치법 제22조는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의 근거가 되는 동시에 조례의 한계를 규정하고 있다.
지방자치법 제22조 본문은 헌법 제117조를 확인하는 규정이기 때문에 별반 문제될 것이 없다. 본문에서 법령의 범위안에서는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고 법률우위의 원칙을 선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방자치법 제22조 단서 권리제한이나 의무부과, 벌칙의 제정에 대해서 법률유보를 규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제22조 단서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포괄적인 자치권을 인정한 헌법의 취지에 반한다고 주장하는 위헌론이 있으나 본 조항은 헌법 제37조 제2항(기본권의 법률유보), 헌법 제12조 제1항 및 제13조 제1항(죄형법정주의), 제59조(조세법률주의)를 확인한 것에 불과하므로 합헌적이라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지방의회의 주민대표기관성에 착안하여 근거가 되는 법률의 구체성의 정도를 상당히 완화하여 인정하고 있다. 판례는 후자의 입장을 취하여 조례의 근거가 되는 위임법률은 포괄적인 위임으로도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방자치법 제22조 단서와 같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제정권을 제한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 다만 제22조 단서를 삭제하더라도 헌법 제37조 제2항, 죄형법정주의, 조세법률주의 등을 규정한 헌법규정에 의하여 여전히 법률상 위임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있으나 그렇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이에 제22조 단서를 삭제하면 법률의 위임이 요구되는지 여부는 학설과 판례에 의하여 결정되는 쪽으로 숨통이 열리게 된다. 현재와 같이 법률의 위임이 없는 한 주민의 권리제한에 관한 조례는 제정할 수 없는 폐쇄적인 논의구조는 일단 열리게 된다는 점에서 지방자치법 제22조 단서의 삭제는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
o “법률에 불구하고 조례”의 확대
지역적 특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 입법분야에 대해서는 지방입법이 국가입법에 우선하도록 하는 예외를 허용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예컨대, 학교운영과 교육, 문화활동, 토지 및 주택, 지방조직과 인사 등에서 지방의 특색을 강화하는 입법권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제주도 특별법 등 일부 법률에서 “oo법률의 규정에 불구하고 조례로 정한다”는 입법형식 활용하고 있다. 헌법에 자치사무에 대해서는 법률의 규정에 불구하고 조례로 달리 정할 수 있도록 개정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예컨대 국가의 법령에 주차댓수의 하한선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주차댓수의 규제를 풀거나 상한선을 규정하여 자동차이용을 억제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주차장을 어린이 놀이터나 공원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이에 속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는 국가의 법령의 범위내에만 한정할 것이 아니고, 자치사무에 관한 한 법령의 범위를 넘어서 지방자치단체가 정책을 구상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o 자치사무에 대한 조례유보 보장
지방정부를 단순한 집행기관이 아니라 정책기관 내지 정치기관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입법권을 분점하도록 해야 한다. 입법권의 분권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사무에 대한 원칙적인 입법권을 지방의회가 행사하도록 하고 지금까지 법률유보의 영역에 속하던 사항을 조례유보사항으로 변경하는 헌법의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이 점에서 지방자치사무에 대한 입법권을 원칙적으로 지방의회에 부여하는 입법권의 재배분 문제를 헌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법 제117조에 “지방자치단체는 법률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그 권한에 속하는 사무에 관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헌법 제37조 제2항, 헌법 제12조 제1항, 제13조 제1항, 제23조 제1항, 제24조 내지 제26, 제59조의 법률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와 관련되는 경우에 조례를 포함하는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게 된다면 조례의 법률유보로 인한 한계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며 또한 법률에 의한 전국적인 통일성도 동시에 확보 할 수 있다. 이 경우 조례로써 정할 수 있는 입법권의 범위는 국회가 법률로써 규정하지 않은 법률의 공백영역이 된다. 이점에서 국회와 지방의회는 경합적인 입법권을 가지게 되며 지방의회는 국회가 정한 법률에 위반하지 않는 범위안에서 법률에 위임근거가 없더라도 조례를 제정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조례는 주민에게 부담이나 권리를 제한하는 지 여부를 묻지 않는다.
조례제정권제한으로 인한 폐단
- 주차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차고지 증명제를 조례로 도입하려고 했으나 법률에 위임이 없어 실패하였다. 이로 인해 골목길 주차분쟁으로 살인사건도 일어나고 있다.
- 어린이 놀이터 안전규격에 대한 법률상의 결함을 조례로 보충하려 해도 법률의 위임이 없어 15년간 방치, 인천에서 어린이가 놀이시설에 깔려 죽기도 했다.
지방정부가 법률의 위임이 없으면 주민의 권리제한이나 의무를 부과하는 조례를 제정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부담적조례를 금지하면 지방정부는 주민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주는 정책을 구사할 수밖에 없게 된다. 지역문제를 주민이 스스로 부담으로 해결하도록 하는 공동체정신을 함양하는 것이 지방자치의 가장 중요한 목적중의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지방정부는 주민에게 주는 정책만 가능하게 된다.
이는 한편으로는 지방의 재정난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공동체정신을 파괴한다. 돈을 주지 않으면 주민들이 움직이지 않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는 곧 주민을 타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6) 지방의 조직자율성
지방자치단체의 조직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따라 지방정치와 행정의 원활한 수행이 좌우될 수 있다. 지방의회가 사사건건 집행기관의 업무에 발목을 잡는다든지, 정당간 대립이 심하여 원활한 업무수행이 어려운 지역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와의 관계를 독립적이라기보다는 의존적으로 할 필요가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비례정부 내지 화합정부를 구성할 필요도 있다. 부단체장의 숫자나 집행기관의 설치, 지방의회의 기관구성 등은 지방사정과 필요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가질 수 있다.
지방마다 제도가 다르면 서로 비교를 통하여 보다 효율적이고 원활한 제도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지방발전을 위한 디딤돌이 될 뿐만 아니라 국가조직을 아래로부터 위로 혁신하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중앙정치권에서는 이원집정부 제도나 의원내각제 도입을 위한 개헌논의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논의하게 전에 지방마다 다양한 정부형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면 어떤 제도가 우리에게 보다 잘 맞는 제도인지를 큰 위험부담 없이 검증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헌법에서는 지방정부의 형태와 조직은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지방헌장(또는 기본조례)으로 제정할 수 있도록 하되 지방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에서 법률로 이를 정하는 경우에도 지방자치단체가 충분한 형성의 자율성을 갖도록 보장하여야 한다.
Ⅳ. 맺는 말
국가의 효율성을 높이고, 국정을 안정시키고,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국가개조는 분권을 전제로 한다. 세월호사건은 권력집중의 폐단에 대한 경고이다. 분권은 권력에 대한 불신을 제도화한 것이다. 삼권분립뿐만 아니라 다차원적인 분권이 필요하다. 특히 수직적인 분권으로서 지방분권이 요구된다. 아래로부터 혁신을 통하여 지역을 발전시키고, 국가를 혁신하여 국가전체의 효율성을 높이고 나아가서 통일질서로서 지방분권이 요구된다.
현행 헌법은 지방자치에 받침돌이 되기보다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행 헌법은 지방정부가 자기책임으로 지역을 발전시키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법률우위를 통해서 지방정부를 하급기관화하고 있으며, 법률유보의 원칙을 통하여 지방정부의 손발을 묶어놓고 있다. 헌법이 현실문제를 푸는데 장애가 되는 경우에는 고쳐주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헌법은 헌법개정제도를 보장하고 있다.
현행 헌법은 헌법개정발의권을 대통령과 국회의원에게만 부여하고 있다. 일반 국민은 제외되어 있다. 헌법개정권을 가진 이들 정치인들은 “국민들이 절실히 원하지 않기 때문에” 헌법개정을 발의하는데 망설인다고 한다. 혹자는 경제발전에 장애가 된다고 한다. 둘 다 맞지 않는 말이다.
국민대표자인 국회의원은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 지를 수렴해서 실현해야 한다. 국민들이 원하지만 말하지 못하는 것을 국민을 대신하여 말하고 실현해야 한다. 국민들이 길거리에서 외칠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은 국민의 대표자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생업에 지친 일반국민이 거리에서 외치는 것을 미리 방지하기 위한 제도가 헌법개정제도이다. 이 점에서 헌법개정은 혁명을 예방하기 위한 헌법상의 제도적 장치이다. 이는 예방주사와 같다. 제도화된 헌법개정을 통해서 헌법질서의 안정을 꾀하고자 하는 것이다. 헌법개정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말도 맞지 않는다. 세계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앞선 나라에 속하는 스위스와 독일은 거의 매년 헌법개정을 하고 있다.
국가와 지방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방분권을 위한 헌법개정이 필요하다. 정치인이 국민대표자로서 앞장을 서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이 나서야 한다. 대통령이 제안한 국가개조를 국민의 이름으로 실현하여야 한다. 국가개조는 분권적 헌법개정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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