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군사용 헬기가 20일 카리브해를 항행하는 파나마 선적의 홍콩 선박인 센추리스호 위에서 나포에 앞서 선회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다시 유조선을 나포했다. 이번에는 제재 명단에 없는 파나마 선적의 중국계 소유 선박이다. 이미 긴장이 팽팽한 가운데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향한 압박을 한 단계 더 올렸고, 중국의 대응도 주목된다.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은 20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에서 “해안경비대가 전쟁부(국방부)의 지원을 받아 베네수엘라에 정박했던 한 유조선을 나포했다”고 밝혔다. 공개
바다이야기무료머니 된 영상에는 ‘센추리스’라는 배 이름이 보이는 유조선 갑판 위로 헬기에서 로프를 타고 대원이 내려오는 장면이 담겼다. 로이터 통신은 이 배가 베네수엘라산 중질유 180만배럴을 선적해 중국으로 운송하고 있었으며, 17일 베네수엘라 해군의 호위를 받으며 해역을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나포된 선박은 파나마 선적의 ‘센추리스’이고, 홍콩 소재 ‘센추리스해
골드몽 운’ 소유로 알려져 있다. 공해상에서 미국이 중국계 소유 선박을 나포한 것인데, 센추리스는 미국·영국·유럽연합·유엔 등 어디에서도 제재 명단에 올라 있지 않다.
지금껏 미국은 자국 제재 명단에 오른 선박과 회사들을 봉쇄할 것으로 예상됐다. 1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를 오가는 “모든 제재 유조선에 대한 전면적이고 완전한 봉쇄”
바다신2 다운로드 를 발표한 데 따른 조처다. 그러나 이번엔 “제재 대상과 연계된 행동을 한다고 판단되는 비제재 선박”까지 물리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신호를 준 것이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아메리카프로그램 책임자 라이언 버그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제재 명단에 없는 선박을 나포했다는 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집행 전략을 매우 폭넓게 해석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릴게임몰메가 이번 사건은 중국이 어떤 대응을 할지에 따라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이나 센추리스해운 쪽은 아직 이 사태에 대해 반응하지 않고 있다. 중국 민간업자들이 베네수엘라 석유 판매량의 약 80%를 사고 있다.
앞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17일 이반 힐 베네수엘라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중국은 모든 일방적
릴게임무료 괴롭힘에 반대하며 각국의 주권·민족존엄 수호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지난 9월2일 카리브해에서 마약 단속을 이유로 선박 공격을 시작하며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를 압박한 이후 중국 외교장관이 직접 나서기는 처음이었다.
이번 나포는 지난 10일 미국이 베네수엘라 인근 해상에서 유조선 ‘스키퍼’를 나포한 지 열흘 만이다. 당시 미국은 스키퍼 및 석유 등 그 화물도 몰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센추리스에 대해서도 선체와 화물을 모두 압수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미국의 허가를 받아 운영하는 셰브론의 선박들을 제외하고는 제재 대상 원유를 운반하는 유조선들을 계속 압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재 대상이 아닌 유조선까지 나포함으로써, 미국은 베네수엘라를 오가는 이른바 ‘유령선단’ 전체를 무력화하는 데 목표를 두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법무부 고위 당국자들은 “이미 여러 차례 제재된 원유를 추적해 왔지만, 이제는 그 원유를 싣고 다니는 선박 자체를 시스템에서 제거하는 전략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유령선단’은 제재를 회피하며 제재 대상 원유 등 화물을 운반하는 데 동원되는 선박 집단이다. 유령선단 자체가 제재 대상 선박은 아니다. 베네수엘라 석유 수출의 70%는 현재 미국 정부가 가한 제재를 받는 유조선들에 의존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즉시 미국의 유조선 나포를 규탄했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통령은 성명에서 이번 조처를 “선박 도둑질이자 승무원 납치이고, 중대한 해적 행위이자 국제 해상법 위반으로 이 행위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공식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중남미 국가들에서도 반발이 커지고 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도 20일 베네수엘라에 대한 “무력 개입은 인도적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날 브라질 남부 포스두이구아수에서 열린 남미 국가들의 경제블록인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정상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아르헨티나와 영국의 포클랜드전쟁 이후 40년 이상 만에 “남미 대륙은 다시 외부 지역 강국의 군사적 주둔에 시달리고 있다”며 “세계에 위험스러운 전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남미 국가 지도자들은 메르코수르 정상회의 뒤 공동성명에서 평화적 방법을 통한 베네수엘라에서의 민주적 원칙과 인권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이 선언에는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파나마 대통령 및 볼리비아, 에콰도르, 페루의 대표가 참가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