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명원 기자]
여행을 좋아하면서도 다낭을 가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었던 건 "경기도 다낭시래"라는 말이 그 이유였다. 어디서나 한국인들이 없는 해외 여행지는 드물 뿐더러, 딱히 한국인이 많이 가는 곳을 피하는 여행자도 아닌데 그랬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다. 도무지 마음이 가지 않던 이유는, 갑자기 그곳이 궁금해지는 이유가 되었다. 딱히 계기가 있던 건 아니지만, 아무튼 "경기도 다낭시"가 궁금해졌다면 이제 그곳, 베트남 다낭으로 가야 했다.
우기 끝 무렵의 베트남, 연휴를 앞둔 12월 중순의 애매한 날짜. 거기에 주말도 아닌 화
바다이야기디시 요일 밤 비행기. 비행기는 만석이었다. 게다가 분리 발권을 했더니 온라인 체크인이 되지 않았다. 늘 둘이서 기내용 캐리어 하나로 다니는 우리 부부는 이번에도 부칠 짐은 없었지만, 그 어마어마한 줄 끝에 서는 수밖에 없었다. '이게 맞아?' 둘이 눈을 마주치며 웃었다.
도착한 다낭은 정말 어디로 눈을 돌려도 한국인이 있고, 한글 간판도 사방
체리마스터모바일 에 흔했다. 부산 이발관, 다낭 오빠 과일 카페, 다낭 스타필드. 그 뿐 아니었다. 음식점이나 카페엔 당연하다는 듯 한글 메뉴가 있으니 이쯤 되면 직원들이 간단한 한국어 의사소통하는 것은 이상하지도 않다. 여러 해 전 하노이에 갔던 때와 비교하면 물가가 올랐다는 것이 실감 났다. 팬데믹을 지나온 이후 물가가 오르지 않은 나라가 어디 있을까. 그래도 아직 다
릴게임뜻 낭의 물가는 우리나라와 비교해서 꽤 싼 편이다.
우리 말과 글이 넘쳐나는 곳
릴게임사이트추천 ▲ 다낭의 길거리 카페 다낭엔 길거리 카페가 많습니다. 거리풍경을 바라보기 좋아요
ⓒ 전명원
쇼핑과는 거리가 먼 여행자이지만 경험해 보는 것에는 망설이지 않는다. 여
릴게임꽁머니 행에서의 경험이라면 단연코 미식이 그 첫째. 우리는 1일 1망고를 실천했고, 고수만 넣지 않는다면 전혀 거부감 없는 베트남 음식도 끼니마다 새로운 메뉴로 도전했다. 짧게 머무는 며칠이었지만 매일 저녁 무렵엔 길바닥 카페의 작은 의자에 앉아서 해가 저무는 강의 풍경을 오래 바라봤다. 그러다 잠깐 눈을 거리로 돌리면 익숙한 한글 간판들이 보였다. 지나가는 이들의 말 속에도 우리 말이 섞여 들려왔다.
문득 우리나라의 간판이나 음식점 메뉴에 넘쳐 나는 영어를 떠올렸다. 영어권에 사는 외국인들, 특히 미국인들이 해외 여행지를 다닐 때 이런 기분일까. 그들 역시 사방에 자기네 언어가 있고, 매장에선 익숙한 그들의 노래가 흘러나오며, 음식점에선 그들 문자로 쓰인 메뉴판을 받을 것이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영어는 그저 언어가 아니라 힘이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뿐 아니라 교포 연예인의 영어엔 '비단뱀 발음'이라는 찬사가 붙고, 동네 주민센터의 강좌 중에서도 인기가 가장 많은 건 영어 강좌라고 한다. 너나 할 것 없이 영어를 배우려고 하고,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정말 그래야 할까? 비단뱀 발음은커녕 단어 뒤에 "플리즈(please)"를 붙여서 대부분 해결하는 나는 번역기와 함께 여행한다. 아쉬운 대로 할만하다. 때로 답답하고, 손해 보는 일도 있겠으나 그 또한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묵고 있는 호텔의 한 여직원은 자꾸 내게 한국어로 말을 걸었다. 나를 상대로 회화 연습을 하려는 것 같아 그녀와 말할 때면 일부러 또박또박 목소리를 높여서 대답했다. 그녀의 열의가 느껴져서 나는 일부러 필요 없는 질문도 한두 가지씩 했는데, 그때마다 초롱초롱 빛나던 눈과 붉게 상기되던 얼굴이 생각난다. 다낭에 넘쳐나는 한국어와 한국인들을 볼 때 그곳에서 한국어를 좀 더 잘한다면 훨씬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 자명했다. 다낭의 그녀에게 한국어는, 힘이 되어줄까.
처음 다낭에 도착해서는 우리 말과 글로도 얼마든지 여행이 가능할듯한 현지 분위기가 신기했지만, 이내 나는 그들이 내게 영어로 말하지 않으면 나 역시 번역기를 돌려 베트남어로 소통했다. 가게에 들어서면 그들의 내게 건네는 베트남 인사에 대한 답례로 나도 소심하게 작은 목소리로 "신짜오!" 정도는 했다. 6일간의 다낭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공항은 마치 제주공항인가 싶을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 속에 앉아 계속 지연되고 있는 우리 비행기를 기다리며, 나는 호텔에서 내게 자꾸 한국어로 말을 걸던 앳된 직원을 떠올렸다.
또다시 내가 다낭을 여행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만약, 내가 또다시 다낭을 여행할 일이 있다면 나는 "신짜오" 말고도 베트남 인사 몇 가지쯤은 알아가야겠다고 맘먹었다. 비록 "한국어만 가지고도 여행할수 있는데 뭐하러" 라고 하는 다낭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처럼 많은 우리 말과 글이 넘쳐 나는 다낭이기에 그곳을 찾는 여행자의 작은 예의가 아닐까 싶기도 해서였다.
▲ 다낭 우기가 끝나가는 다낭의 날씨는 선선합니다
ⓒ 전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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