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비즈워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의 사업자 선정 방식이 경쟁입찰로 확정됐다. 1년 6개월 넘게 결론을 미뤄온 끝에 방위사업청은 관례로 여겨지던 수의계약 대신 경쟁 구도를 택한 것이다.
내년 말 최종 사업자 선정이 이뤄지기 전까지 기본설계 프리미엄을 쥔 HD현대중공업과 개념설계를 맡은 한화오션이 본격적인 맞대결 국면에 들어서면서 양사 간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관례 깨고 경쟁으로
23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방위사업청은 방위사
바다이야기오락실 업추진위원회를 열고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 방식을 지명경쟁입찰로 결정했다. 방사청은 내년 말 계약 체결을 목표로 후속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KDDX는 선체와 전투체계를 모두 국내 기술로 구현하는 첫 국산 이지스급 구축함 사업이다. 총 사업비 7조8000억원을 투입해 6000톤급 구축함 6척을 건
바다이야기 조한다.
함정 건조 사업은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선도함 건조→후속함 건조로 단계가 나뉜다. 개념설계는 함정이 수행할 임무와 기본 성능을 정하는 초기 단계로, 이번 사업에서는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이를 수행했다. 이후 기본설계 단계에서는 개념설계를 바탕으로 선체 구조와 주요 장비 배치를 구체화하는 작업이 이뤄지며 이 단계는 HD
바다이야기게임장 현대중공업이 맡았다.
이번 결정은 이 가운데 실제 건조에 착수하는 첫 단계인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어떤 방식으로, 누구에게 맡길지를 정한 것이다. 앞선 단계에서 개념설계와 기본설계를 각각 나눠 수행했던 두 회사가 모두 이번 사업에 이해관계를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다이야기게임장 한국형 구축함(KDDX) 사업 진행 일지./그래픽=비즈워치
통상 함정 건조 사업에서는 기본설계를 맡은 업체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수의계약으로 이어가는 것이 관례로 여겨져 왔다. 방사청 역시 사업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 같은 방식을 우선 검토해왔다.
다만
알라딘릴게임 HD현대중공업 임직원의 군사기밀 유출 사건이 불거지면서 수의계약 방식은 도덕성과 신뢰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해당 사안이 벌점 부과 등 행정적 제재로 이미 처리됐더라도 국가 안보와 직결된 대규모 국책 방산 사업에서 논란이 제기된 업체에 추가 수의계약을 부여하는 것은 공공성·도덕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군사기밀을 빼돌려 처벌받은 곳에 수의계약을 준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런 점을 살펴보라"고 언급한 발언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된다.
공동설계안 역시 대안으로 검토됐지만 이 경우에는 절차적 리스크가 문제로 떠올랐다. 설계와 건조 책임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을 경우 일정 지연이나 기술적 문제 발생 시 책임 주체를 가리기 어렵고 사업 관리와 통제 측면에서 방사청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선도함 건조 과정에서 설계 변경이나 분쟁이 발생할 경우 사업 지연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 한계로 꼽혔다.
한국방위산업협회 정책위원인 김홍유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번 사안은 1년 넘게 의사결정이 미뤄져 온 과정이 누적된 결과"라며 "그 사이 방위사업청의 의사결정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이 시장에 인식된 측면이 있다. 대통령이 해당 사안을 직접 언급하게 된 것도 이런 누적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산에서 군사기밀 유출은 덮고 갈 수 없는 사안으로, 어떤 형태로든 패널티는 불가피하다. 다만 해당 사안은 이미 2022~2023년에 법적·행정적 판단이 마무리된 만큼 1차 사업에서는 일정한 책임을 반영하되 이후 2차·3차 사업에서는 다시 경쟁 구조로 가는 방식이 합리적일 수 있다"고 부연했다.
동일 출발선에 선 두 조선사
HD현대중공업의 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의 조감도./자료=HD현대중공업
그동안 사업 방식 자체를 둘러싼 이견이 경쟁입찰로 정리되면서 양사는 같은 절차와 기준 아래에서 평가를 받게 됐다.
일각에서는 경쟁입찰 결정 이후 그동안 해당 방식을 주장해온 한화오션이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화오션은 KDDX 개념설계를 수행하며 함정의 임무 개념과 기본 성능, 전투체계 구성 방향을 설정한 바 있다. 사업의 출발점이 되는 단계에서 설계 방향성을 주도했다는 점은 경쟁 과정에서 하나의 배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기본설계를 수행하며 기술적 연속성을 쌓아온 HD현대중공업 역시 경쟁 구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함정 건조에서 기본설계 단계의 경험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과정에서 설계 인수인계 부담을 줄이고 일정 관리 측면의 안정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경쟁입찰 방식에서는 기술 평가, 가격 요소, 납기 신뢰도 등 평가 항목과 가중치가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주요하게 작용하게 된다. 방사청이 제시할 입찰 조건과 평가 체계에 따라 두 회사의 설계 경험이 어떻게 반영될지가 관건으로 남아 있다.
김 교수는 "그동안 한화오션은 잠수함, HD현대중공업은 수상함을 중심으로 각각 강점을 가져온 회사들"이라며 "이제는 잠수함과 수상함으로 나눠 접근하는 방식만으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각 조선사가 기존 주력 분야에 머무르기보다 수상함과 잠수함을 아우르는 종합 역량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경쟁력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다솔 (did0903@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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