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트럼프 2기 출범, AI의 발달, 기후변화 등 글로벌 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매주 일요일 오전, 깊이 있는 시각과 예리한 분석으로 불확실성 커진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를 전달합니다.
[우크라이나=AP/뉴시스] 러시아 국방부가 배포한 영상 사진에 28일(현지 시간) 러시아군의 말카(Malka) 자주포가 우크라이나 미공개 장소에서 우크라이나군을 향해 포격하고 있다. 2025.11.28. /사진=민경찬
릴게임뜻 최근 미국은 외교·안보 분야 전략 지침인 국가안보전략(NSS)을 통해 유럽 동맹국에 국방비 지출 확대와 자력 방어 능력 강화를 강하게 요구했다. 본격적인 군비 증강에 나선 유럽 국가들은 재정 부담과 회원국 간 이해 충돌 등에 직면하며 딜레마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임몰릴게임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군비 증강을 추진하는 유럽의 정치·경제적 제약 요인들과 향후 안보 질서에 미칠 영향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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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부채 문제 악화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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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릴게임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발표한 NSS에서 2027년까지 유럽 주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위 체제를 구축하라며 유럽 동맹국들을 압박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미국이 제공해 온 안보 보증까지 불확실해지면서 유럽의 군비 증강은 더 이상 미룰 수
오션파라다이스예시 없는 과제가 됐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미국은 나토 전체 방위비의 약 66%를 부담한다. 이러한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 6월 나토 정상회의에서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2035년까지 GDP 대비 5% 수준의 국방비 지출 목표에 합의했다. EU가 향후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
알라딘게임 하기 위해선 약 30만 명의 추가 병력과 연간 2500억 유로(약 402조 원)의 국방비 증액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문제는 군비 증강을 가로막는 구조적 제약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가장 먼저 취약한 재정과 부채 문제가 거론된다. EU는 '안정성장협약(SGP)'에 따라 연간 재정적자를 GDP의 3% 이내, 국가부채를 GDP의 60% 이내로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2024년 기준 재정적자 비율이 3%를 초과한 국가는 폴란드(6.5%), 프랑스(5.8%), 핀란드(4.4%) 등 12개국에 달하고, 국가부채가 GDP 대비 60%를 넘는 국가 역시 그리스(154%), 이탈리아(135%), 프랑스(113%) 등 12개국에 이른다.
재정 여력이 제한된 가운데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려면 국채 발행 등이 불가피하며 부채 비율 상승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만성적인 재정 적자 상황에서 국방비 지출이 급증할 경우 보건·교육·복지 등 필수 공공 지출과의 충돌도 불가피하다.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유럽 사회에서 사회보장 지출 축소는 정치적·사회적 반발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유럽 각국에서 극우·포퓰리즘 정치 세력이 부상하는 현상도 이러한 문제들과 연관돼 있다는 평가다.
국방비 증액의 경제적 파급 효과 역시 제한적이라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일반적으로 방위산업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는 단기적으로 경기 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EU는 지난 3월 8000억 유로(약 1287조 원) 규모의 '유럽 재무장(Re-armament)'계획을 발표하고 '바이 유러피안(Buy European)'을 강조하며 유럽산 무기 비중을 높이기 위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핵심 무기체계의 상당 부분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어 방위비 지출이 유럽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승수효과는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SIPRI에 따르면 2020~2024년 기간 동안 유럽 나토 회원국들의 미국산 무기 수입은 이전 5년 대비 두 배로 증가했으며 전체 무기 수입의 64%를 차지했다.
이성원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유럽은 전략적 자율성 강화를 위해 국방비 증액이라는 거시적 목표에 합의했지만 재원 조달이 지속가능 할지 의문이 든다"며 "GDP 대비 1.5% 추가 지출을 허용하고 초저금리 대출까지 제공하고 있음에도 군비 증강은 결국 각국의 재정과 부채 악화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엄구호 한양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유럽은 현재 러시아에 대한 적개심도 큰데 미국까지 국방비 증대를 압박하면서 유럽군 창설이나 자체 안보 강화에 대한 강경한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정작 유럽 국가들은 저마다 의견도 다르고 경제적 여건을 고려할 때 군비 증강의 어려움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베를린 로이터=뉴스1) 윤다정 기자 =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특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1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연방총리청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25.12.15.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베를린 로이터=뉴스1) 윤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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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위협 인식 차이…회원국 간 이해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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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군비 증강이 직면한 또 다른 구조적 문제로 회원국 간의 위협 인식이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 지목된다.
러시아, 벨라루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거나 인접한 동유럽 국가들은 러시아를 실존적 위협으로 인식한다. 이들 국가들은 과거 소련 지배를 경험한 역사적 기억까지 더해지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사실상 전시 수준의 방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발트 3국과 폴란드, 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들의 2024년 국방비 지출은 전년 대비 24% 증가하며 냉전 종식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고 2030년까지 GDP 대비 5% 수준의 국방비 지출을 목표로 제시했다.
반면 서유럽과 남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위협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아 대규모 군비 증강에 대해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프랑스 외교 전문지 '르그랑콩티넝(Le Grand Continent)'이 발표한 국제 여론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폴란드에서는 응답자의 77%가 전쟁 위험이 높다고 답한 반면, 멀리 떨어진 포르투갈(39%)과 이탈리아(34%)에서는 전쟁 우려가 낮게 나타났다. 이는 지역에 따라 러시아의 위협과 방위 태세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격차가 크다는 의미다.
이러한 차이는 EU 내부 결속력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군비 증강의 필요성에 대해 총론 차원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실제 부담 분담과 기여 방식이라는 각론에 들어가면 국가별 입장이 크게 갈린다는 것이다. 국방과 안보정책이 주권 사항이라는 점도 EU 차원에서 체계적인 군비 증강을 추진하기가 어렵게 만든다. 안보정책이나 국방산업도 파편화 돼 있어 군비 증강을 추진하더라도 상호운용성도 떨어지고 통합 방위력의 비효율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연구위원은 "러시아 위협에 대한 체감도가 높은 동유럽은 군비 증강의 동기가 강하지만, 서유럽과 남유럽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다"며 "유럽 '재무장' 계획이 '준비태세(Readiness) 2030'으로 명칭이 바뀐 것도 군비 증강을 둘러싼 회원국 간의 상이한 인식을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강유덕 한국외대 교수는 "EU 차원의 통합 방위 역량 강화를 둘러싼 회원국들의 논의에는 항상 구심력과 원심력이 동시에 작용한다"며 "초국가적 대응력을 강화하려는 시도가 강해질수록 국가별 이해관계와 정치·재정적 조건들이 충돌하면서 회원국 간 갈등이 표면화되는 구조적 한계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베를린=AP/뉴시스]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왼쪽)와 라르스 클링바일 독일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24일 베를린 연방 하원 회의에 참가하고 있다. 클링바일 장관은 이날 새 정부의 지출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방비를 2029년 국내총생산(GDP)의 3.5%로 끌어올리겠다고 다짐했다. 2025.06..24. /사진=유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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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재무장을 둘러싼 이중적 시선… 현실적 필요와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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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재무장은 유럽 안보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 중 하나다. 역사적으로 독일의 군사적 팽창은 유럽의 세력 균형을 붕괴시키고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전후 유럽 통합과 나토 창설의 핵심 목적 중 하나가 독일 군사력 통제였다는 점에서 최근 독일의 군사력 확장은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다.
사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만 해도 독일은 '안보 무임승차'를 비판받을 정도로 군비 확장에 대해 소극적이었다. 경제력이나 방산 기술 면에서 유럽 최고 수준을 자랑하면서도 국방비 지출은 GDP대비 1.2% 내외에 불과했다. 징병제가 폐지되면서 과거 50만 명 수준의 병력은 18만 명으로 축소됐고 무기체계도 예산 부족으로 가동 불능에 빠진 경우가 흔했다. 이러한 모습들은 전범 국가였던 독일의 군사적 확장에 대한 역사적 트라우마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안보 환경이 급변하고 미국의 방위력 증대 요구가 커지면서 독일은 전후 최대 규모의 재무장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GDP 대비 2% 수준(약 130조 원)으로 국방비를 확대했고 2029년에 3.5% 수준(약 265조 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미국산 F-35 전투기와 패트리어트 미사일 도입, 자국 방산기업을 통한 전차와 잠수함 전력 보강, 병력 확충 방안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또 2027년부터 18세 이상 남성에 대한 신체검사를 의무화하는 '준징병제' 도입도 계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독일의 재무장을 바라보는 유럽의 입장이 이중적일 수밖에 없다고 평가한다. 당장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의 역할 확대가 필수지만, 동시에 독일의 재무장은 향후 역내 정치적 긴장과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해서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역사적으로 반독일 정서가 남아있는 데다 외교적으로나 방위산업 측면에서 경쟁관계에 놓여있어 독일의 재무장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다.
엄 교수는 "지금은 러시아라는 공공의 적이 있기 때문에 독일 재무장에 대한 경계심이 과거보다 크게 낮아진 상태"라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결된 후에는 유럽군을 조직해 우크라이나에 배치하려고 할 때 독일이 여기에 참여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성근 전문위원 김상희 기자 ksh15@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