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1년 반, 아직도 많은 것이 낯선 이 대리는 오늘도 AI 챗봇과 회사 시스템을 오가며 답을 찾는다. 다른 구성원들은 모두 5년차 이상의 베테랑이기에 기본적인 것조차 묻기 망설여진다. ‘그 정도는 스스로 찾아봐야 하지 않나?’라는 선배들의 말도 틀린 건 아니다. AI는 언제나 친절하게 답을 주고, 과거의 자료도 공유 폴더에 잘 정리되어 있다.
하지만 이 대리를 막막하게 만드는 것은 ‘왜’와 ‘맥락’을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왜 우리 팀은 이 방식을 고집할까? 지난 프로젝트는 왜 실패했을까? 이 프로세스가 만들어진 배
알라딘릴게임 경은 뭘까? AI는 '무엇'과 '어떻게'는 잘 알려주지만 과정의 고민과 판단은 담겨있지 않다.
그래서 이 대리는 문득 앞으로가 두렵다. 3년차가 되면 무엇이 달라질까? 여전히 배울 사람 없이 AI와 자료에만 의존한다면, 그는 과연 '경력자'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시간이 지나도 그저 '오래 일한 주니어'로 남는 것
릴게임꽁머니 은 아닐까?
# 채용 시장이 보내는 신호
이러한 이 대리의 고민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최근 채용 시장의 변화가 만들어낸 구조적 문제다. 2024년 기업 채용 조사에 따르면, 신규 채용 시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는 '직무 관련 업무 경험(74.6%)'이다. 심지어 신입 채용에서도 헤드헌팅을 활용하
릴게임온라인 는 비율이 61.2%에 달한다.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났을까?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즉각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기업들은 1~2년간 신입 사원들을 육성할 여력이 없다. 검증된 경력자를 채용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AI 기술의 발전이 이런 선택을 더욱 정당화한다. AI는 보고서 초안을 작성하고, 코드를 자동 생성하
바다이야기디시 며, 데이터를 분석한다. 주니어들이 담당했던 단순하지만 필수적인 업무를 AI가 대체하며 '굳이 신입을 뽑아야 하나?'라는 질문은 조직 내에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일부 IT 기업에서는 "주니어 개발자 교육보다 도메인을 아는 소수 개발자에게 AI 도구를 지원하는 것이 더 생산성이 높다"는 판단 하에 신입 채용을 중단
한국릴게임 하기도 했다. 단기적으로 보면 일리 있는 선택이다. 하지만 과연 장기적으로도 그럴까?
# 암묵지의 단절
조직에는 두 종류의 지식이 있다. 하나는 문서로 정리될 수 있는 '형식지'다. 다른 하나는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경험을 통해 몸에 배인 '암묵지'다. 자전거 타는 법은 글을 읽어도 배울 수 없다. 직접 타며 균형을 잡는 법을 몸으로 익혀야 한다. 조직의 일에도 이와 비슷한 것들이 있다.
이 고객사와 일할 때는 왜 특별히 더 조심해야 하는지, 왜 이번 분기 보고서는 저번 보고서와 다른 형식을 써야 하는지. 이런 의사결정의 배경에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이 녹아있다. 이것이 바로 조직의 암묵지다. 이러한 지식은 공유 폴더 자료로도, AI의 답변으로도 담기 어렵다. 그런데 지금 적지 않은 조직에서 이런 전수의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7~8년차 이상의 선배들하고만 일하는 주니어는 배움보다 혼자 해결하는 법을 먼저 배우게 되는 경우가 많다. AI에게 물어보고 과거 자료를 뒤지며 답을 찾는 과정에서 '왜'에 대한 이해가 쌓이기는 어렵다. 오늘의 주니어가 중견 사원이 되고 10년 후 팀을 이끌어야 할 때, 과연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까? 이런 흐름이 지속되면 조직은 리더십 파이프라인의 단절을 경험하게 될 수 있다.
# 인재 생태계의 역설
채용 시장에서 5~6년차 경력자는 가장 활발하게 이동한다. 기업들도 이 구간의 인재를 선호한다. 즉시 투입 가능하면서도, 높은 연봉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5~6년차 경력자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그들은 어떻게 역량을 쌓았을까? 대부분은 신입으로 입사해서, 선배들에게 배우고, 실패도 하며 성장했다. 즉, 오늘날 우리가 선호하는 검증된 경력자들은 누군가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육성한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10년 후는 어떨까? 모든 기업이 신입을 뽑지 않고 경력자만 빼 간다면, 이제 경력자들은 어디에서 올까? 이것은 마치 '공유지의 비극'과 같다. 모두가 합리적 선택을 하지만, 결과는 모두에게 재앙이 된다. 또한 중견 사원들이 모두 외부에서 영입된 경우, 조직 고유의 문화나 노하우는 축적되지 않는다. 조직의 정체성과 연속성이 약해지는 것이다.
또한 '버스 팩터(Bus Factor)' 위험도 커진다. 버스 팩터는 핵심 인력이 갑자기 사라졌을 때 조직이 받는 타격을 의미한다. 만약 중요한 프로젝트를 담당하던 경력 사원이 이직하고 지식과 경험을 이어받을 후배가 없다면? 조직은 다시 외부에서 경력자를 영입해야 하고, 새로운 사람은 또다시 처음부터 배워야 한다. 효율성을 추구하다가 오히려 더 큰 비효율을 만드는 역설이다.
# AI 시대 인재 육성의 재정의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육성 방식'이다.
먼저 AI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AI는 주니어들이 단순 정보를 빠르게 습득하도록 돕는다. 하지만 AI가 알려주는 방법을 넘어 맥락을 가르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따라서 AI의 효율성을 활용하되, 그것이 대체할 수 없는 영역에 더 집중해야 한다.
리더의 역할도 재정의해야 한다. 과거처럼 세세한 업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코치'가 되어야 한다. 주니어가 AI를 활용해서 어느 정도 결과물을 만들면, 그것을 보고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질문하고, 우리 조직에서 왜 다르게 접근하고 있는지 맥락을 설명하는 것이다. 단순하게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사고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또한 의도적으로 '학습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바쁘다는 이유로 주니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기적인 1:1 미팅, 프로젝트 회고, 실패 사례 공유 등을 통해 명시적으로 배움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실패를 허용하는 문화'다. 주니어가 작은 실패를 경험하고 그로부터 배울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이 있어야 진짜 성장이 일어난다.
마지막으로 육성을 리더의 핵심 역량으로 명확하게 해야 한다. 많은 조직에서 리더의 성과는 단기 실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후배를 얼마나 잘 키웠는지, 팀의 역량이 얼마나 향상되었는지도 중요한 평가 지표가 되어야 한다.
# 리더십의 본질로 돌아가기
효율성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조직의 지속가능성, 문화 계승, 집단 지성 축적, 이런 가치는 숫자로 바로 드러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조직의 생존을 결정한다. 진정한 리더십은 오늘의 성과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내일의 리더를 키우는 것이다. 아무리 AI가 발전해도 사람을 키우는 일은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입사한 지 1년 반이 지난 이 대리는 여전히 막막하다. 하지만 리더가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시간을 내서 "요즘 어떤 게 어려워?" 물어봐 주고,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이번에 우리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알아?" 설명해준다면 2년 후의 이 대리는 달라질 것이다. 오늘의 효율이 내일의 위기가 되지 않으려면, 지금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AI 시대이기에 더더욱 우리는 사람을 키우는 일에 투자해야 한다. 그것이 조직의 미래를 만드는 유일한 길이다.
김경중 휴넷 리더스아카데미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