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슬옹 기자]
▲ 책 내용에 대한 기자 질문에 대해 강연하듯 답하고 있는 백승종 작가
ⓒ 김슬옹
조선의 유학자들은 상공업을 천시했고, 서구의 부국
골드몽사이트 강병을 야만으로 여겼다. 그런데 어떻게 그 후예들이 세계적 산업국가를 일궈냈을까? 백승종 교수는 이 역설의 답을 '하이브리드(융합)'에서 찾는다. 유학의 정신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근대 산업의 동력으로 전환되었다는 것이다.
백승종 저자는 미시사를 일궈오면서 관련 대중 역사서를 많이 펴낸 인기 역사가이자 대중 강연자이기도
카카오야마토 하다. 집은 평택이지만 토요일마다 촛불 집회 등으로 서울을 찾는다고 해서 지난 13일 필자의 사무실에서 긴 얘기를 나누고 이를 오문오답으로 정리해 보았다.
질문이 이어지면 작가는 답을 열강하듯 폭포수처럼 쏟아내 조선시대 관련 많은 저술을 한 기자도 신바람나듯 질문을 이어갔다.
- 왜 한국의 유교적 산업사회를 논하기 위
체리마스터pc용다운로드 해 서구의 개신교 윤리를 분석하셨습니까?
"조선의 유학자들은 상공업을 '말업(末業)'이라며 죄악시했고, 부국강병을 지향하는 서구 산업사회와 유학자의 이상이 충돌했습니다. 유학이 산업사회와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는 점을 먼저 규명해야 했습니다. 막스 베버의 개신교 윤리론에 대한 반론이 많지만, 개신교 신자들의 높은 문해력이 과학 혁명과 자본
릴게임바다신2 주의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고, 미국에서 청교도의 직업윤리가 정직·근면·절약을 통한 소유권을 신성시하여 자본주의의 도덕적 기반이 된 것은 분명합니다. 이러한 서구의 역사를 탐구해야 한국의 특수성을 비교·조명할 수 있습니다."
- 조선이 산업사회로 전환하지 못한 근본적 이유와 그렇다면 유학의 어떤 요소가 현대 한국의 산업화에 이바지했는가가 이
릴게임바다이야기 책의 핵심이겠군요.
"유학자들에게 식민지를 만들어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는 서구의 행위는 야만적이었습니다. 인(仁)과 의(義)를 토대로 공익을 추구하는 유교의 가르침과 수단을 가리지 않는 사적 이익 추구는 양립할 수 없었습니다. 조선은 경제력이 국력에 미치는 중요성을 가볍게 보고, 상공업의 부가가치 창출을 인식하지 못한 채 근검절약을 통한 자급자족으로 충분하다는 신념을 유지했습니다. 게다가 국방력이 허약했고 외부 세계에 대한 정보 수집 능력도 미약했습니다.
유학의 핵심 덕목인 '경(敬)'은 마음을 집중하고 성실한 태도를 뜻하는데, 이것이 산업현장에서 '일에 대한 헌신, 장인 정신, 근면성'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수기치인(자기를 닦아 남을 다스림)'의 원리는 근대 관료제와 기업 엘리트 시스템 형성에 영향을 미쳤고, 과거제도가 만들어 낸 학습과 경쟁의 윤리는 한국의 교육열과 인적 자본 형성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또한 '안빈낙도(安貧樂道)'의 검소함은 역설적으로 높은 저축률을 유지하게 하여 국가적 자본 축적에 이바지했습니다. 충(忠)과 효(孝)는 기업을 '운명 공동체'로 만들어 위기 시 일사불란한 헌신을 이끌어냈습니다."
- 작가님께서는 이 책의 방법론으로 '미시 사상사(Micro-History of Ideology)'적 접근을 강조하셨습니다. 도대체 '경(敬)'이나 '수기치인' 같은 추상적인 유학 개념이 어떻게 구체적인 '공장'과 '기업'의 운영 원리로 작동했다는 것입니까?
"그 지점이 바로 제가 이 책에서 규명하고자 했던 핵심 연결고리입니다. 유학의 핵심 덕목인 '경(敬)'은 마음을 한곳에 집중하고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는 성실하고 경건한 태도를 뜻합니다. 저는 이 정신이 근대 산업현장으로 전이(轉移)되면서 '일 자체에 대한 헌신', '장인 정신', 그리고 높은 생산성을 담보하는 '근면성'으로 치환되었다고 봅니다. 즉, '경'은 단순한 도덕적 수양이 아니라, 주어진 임무에 극도로 집중하게 만드는 실천적 합리성이었던 셈이지요. 또한, 수양을 통해 사회를 다스린다는 '수기치인'의 원리는 근대 관료제와 기업 조직의 엘리트 시스템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 그렇다면 한국 특유의 '교육열'과 '인적 자본' 형성 과정도 단순한 신분 상승 욕구가 아니라 유학적 시스템의 연장선으로 보시는 겁니까?
"정확합니다. 조선 시대 과거제는 비록 신분적 제약은 있었으나, 이론적으로는 '공부를 통한 입신양명'을 가능케 한 능력주의(Meritocracy) 시스템이었습니다. 이러한 전통은 근대에 들어와 '시험을 통한 경쟁 우위 확보'라는 형태로 변형되어 전승되었습니다. 유학이 수백 년간 강조해 온 독서와 암기, 학습 능력은 근대적 학교 교육과 고등 기술을 습득하는 데 탁월한 기반이 되었지요. 즉, 한국의 고도성장은 갑작스러운 서구 교육의 도입 덕분이 아니라, 과거 제도에 대한 깊은 신뢰가 만들어 낸 학습과 경쟁의 윤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내생적(內生的) 결과입니다."
- 유학이 21세기 미래 사회에도 유효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까?
"확신합니다. 서구 산업 근대의 '자연 정복' 사상 한계가 명확해진 지금, 유학의 '천인합일(天人合一)'과 '물아일체(物我一體)' 사상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모색하는 생태주의적 관점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는 지속 가능한 산업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윤리적 틀을 제공합니다.
제가 주장하는 핵심은 '법고창신(옛것을 본받아 새것 창조하기)'의 자세입니다. 한국이 유학을 현대 기술과 융합하여 성공했듯이, 어떤 문화권이든 보편적 가치를 지닌 전통은 르네상스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성공은 '하이브리드' 곧 '융합'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는 것이 가장 적절합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하이브리드'가 더욱 궁금해 책을 다시 보니 "하이브라도 또는 융합이 꼭 순수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융합의 동기가 순수하고, 과정이 합리적이고 일관적이어야만 되는 것도 아니다. 불순물이 많이 섞였다고 해서 꼭 나쁜 것도 아니다. 인간사가 복합적이고 다면적이듯 문명 간의 융합도 그러하다(340쪽)"라고 기록해 놓았다.
책 제목 자체가 융합적 사고 그 자체를 보여주고 있듯이 <유학과 산업사회>는 한국의 특수한 발전 과정을 서구 근대 산업사회의 주요 해석 틀(특히 막스 베버의 개신교 윤리론)과 비교 및 대조함으로써 한국의 정체성을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비록 서구 산업사회의 동력에 대한 분석이 어느 정도 베버 중심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지만, 저자는 청교도 윤리와 유학 윤리 간의 '근면/검소/절약'이라는 도덕적 금욕주의의 공통 분모를 찾아냄으로써, 유학이 근대 자본주의와 화해할 수 없던 이념이 아니라 현대적 융합의 준비물이었다는 독창적인 통찰을 제시한다.
서구의 부국강병 지향이 '야만'으로 비판받았던 조선이, 결국 유교적 전통을 바탕으로 '유교적 자본주의 사회'라는 독특한 형태로 성공을 거두었다는 주장은 동서양 문명을 비교 분석한 진지하면서도 독창적인 시도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
▲ <유학과 산업사회>(백승종) 표지 @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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