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미 기자]
"AI는 더 이상 기술이 아니라 '환경'이 되었습니다. 이제 중요한 건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이 인간과 사회를 어떻게 바꾸느냐죠."
20여 년간 과학기자로 활동해온 <2026 테크놀로지 시프트> 저자 전승민은 "이 책은 전문가용 보고서가 아니라, 변화를 읽고 싶은 일반인을 위한 안내서"라고 강조했다. <2026 테크놀로지 시프트>는 인공지능, 반도체, 에너지, 바이오, 우주 산업까지 미래를 움직이는 5개의 거대한 축을 '전환'을 의미하는 '시프트(Shift)'의 관점으로 해석한 책이다.
야마토통기계 ▲ 2026 테크놀로지 시프트 2026 테크놀로지 시프트, 전승민 지음
야마토연타ⓒ 세종서적
이 책은 복잡한 기술 용어나 수식을 최대한 덜어내고, 기술의 본질이 아닌 '사회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인공지능의 폭발적 진화와 피지컬 AI의 부상, 반도체 산업의 1나노 경쟁, ESG와 에너지의 딜레마, 바이오 혁명의 윤리적 경계
체리마스터pc용다운로드 , 그리고 민간 우주 산업의 확장까지 서로 다른 기술이 거대한 생태계로 연결되는 과정을 '하나의 지도'로 보여준다.
저자 전승민에게 첨단 과학기술 산업의 현재와 우리가 나아갈 길을 물었다.
골드몽게임 ▲ '2026 테크놀로지 시프트' 정승민 저자 '2026 테크놀로지 시프트' 정승민 저자
ⓒ 정승민
릴게임꽁머니 - 책의 도입부에서 '과거 수십 년 걸릴 변화가 1~2년 사이 일어나고 있다'라고 하셨죠. 이처럼 빠른 기술 변화의 시대에, 실제 산업 현장에서 감지되는 가장 인상적인 변화는 무엇이었나요?
"과거에는 열심히 연구해서 좋은 기술을 하나 개발하면 장시간 사업을 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AI의 발전이 연구개발의 효율을 크게 높이게 되었고, 아이디어를 산업화하는 속도도 더 빨라졌습니다. 즉 기업은 끊임없이 연구해야 하고, 그 성과를 빠르게 산업화하는 흐름이 강해졌습니다."
- AI 이외에도 중요한 점이 많을 듯합니다.
"물론입니다. 요즘 AI가 너무 중시되면서 다른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모든 과학기술은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 방향을 종합적으로 이해해서 판단하고, 그 흐름에 따라 AI의 발전도 이해한다면 가장 좋을 것입니다. 이번에 쓴 책은 AI는 물론 로봇, 화학산업, 에너지, 우주를 비롯한 공간산업 분야 전반에 대해 고루 다르고 있습니다. 현시대에 적합한 기술적 이해를 제공하는 데 좋은 단초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 바이오 기술은 인류의 '운명'을 바꾸는 기술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분야 중 어떤 혁신에 가장 주목하고 계신가요?
"현대 바이오 기술 중 가장 주목받는 것으로는 두 가지를 꼽습니다. 첫째는 유전자 편집 기술, 둘째는 면역치료 기술입니다. 이 두 가지 기술 모두에 대해 실제로 기대가 큽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은 유전자 차원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질병의 예방과 극복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알레르기나 자가면역질환같이 이미 발생한 암의 치료 등은 이걸로 부족하죠.
이런 경우 인체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면역 기능을 이용하려는 시도가 많습니다. 두 가지 모두 지금까지 바이오 기술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난치병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습니다. 올해 2025년 노벨생리의학상이 '면역기전'을 밝혀낸 과학자들에게 돌아간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 거라고 생각해요."
- 우주 산업이 더 이상 '꿈의 산업'이 아니라 '경제의 영역'으로 들어섰습니다. 2026년 한 해 우주 산업의 흐름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변화는 무엇인가요?
"우주 산업은 크게 '발사체'와 '위성', 두 가지 분야로 나누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 기술이 어떻게 바뀌어 가느냐에 따라 산업의 흐름이 크게 변화하지요. 우선 발사체 분야는 '더 값싸게, 더 많은 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기술'의 확보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습니다.
발사체 분야에서는 재사용 발사체 분야가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데, 거기에 적합한 '메탄 엔진' 개발 경쟁이 치열하지요. 연소 후 그을음 발생이 적어 엔진 청소 및 재활용이 쉽고, 환경오염도 훨씬 적습니다.
재활용 발사체 시장을 처음 열었던 '스페이스X'도 처음에는 메탄 엔진을 사용하지 않았으니 새로운 시장이 열린 셈입니다. 이 분야의 경쟁을 주목해서 볼 만합니다. 이 밖에 발사체의 크기나 형태를 다양하게 변화시켜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는 '소규모 발사체 시장'도 주목받는 추세입니다.
위성 활용 분야에선 역시 '우주 인터넷(혹은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파급되는 다양한 변화를 우선 꼽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밖에 기술의 발전으로, 과거 대형 위성에서만 가능하던 서비스를 길이 '초소형 위성'으로 구현하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 "한국형 AI는 모방을 넘어 혁신으로 가야 한다"고 쓰셨습니다. 한국 과학기술계가 지금 가장 시급히 극복해야 할 한계는 무엇인가요?
"한국만의 장점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AI 정책을 보면 '외국이 하니까 우리도 한다', '미국에서 챗GPT와 같은 것을 만들어 선도하는 듯하니 우리도 만든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렇다면 한국만이 모델이 뭐냐'고 물으실 수 있습니다만, 이는 제가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한국의 AI 수요나 시장, AI와 연관된 한국만의 과학기술적 역량과 산업 인프라를 감안해 전략적으로 결정해야 합니다. 이런 전략적 고민 없이 막연히 'AI 3대 강국'을 주장하는 것은 조금 안타깝게 여겨집니다. AI는 기본적으로 도구입니다. 사람이 쓸 곳을 정하고, 거기에 맞춰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모두 함께 이 고민을 우선시했으면 좋겠습니다."
- 복잡한 기술을 쉽게 전달하는 일을 오랫동안 해오셨습니다. 앞으로 과학기술 저널리즘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미디어 시장 전체가 너무 상업적으로 흐르는 점이 안타깝게 여겨집니다. 기업이 이윤을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만, 이 때문에 과학기술 저널리즘 분야에서 전문적인 역량을 가진 기자들이 충분히 대우받지 못하는 상황이 자주 벌어집니다. 최근 여러 매체를 보면, 깊이 있게 취재해 좋은 콘텐츠를 쓸 수 있는 기자보다는, 발표 자료를 빠르게 복제해 대량의 기사를 쏟아내는 기자를 더 선호합니다. 그렇게 해야 인터넷 조회 수를 더 적은 비용으로 확보할 수 있고, 그것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과학기술 분야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회사의 중요 요직에 있는 경우 이런 흐름이 더 강해집니다. 심지어 전문매체를 표방하면서도, 그 회사 내에 해당 기술에 대해 전문적 식견이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경우도 본 적이 있습니다. 깊이 있는 기사를 쓰려면 깊이 있는 취재와 집필이 필요합니다. 이런 역량이 매체의 가치를 높이고 종국적으로 매체의 성장으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노력이 이루어진다면 개별 매체의 가치 향상은 물론, 과학기술 저널리즘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 <2026 테크놀로지 시프트>는 기술의 진보를 예찬하기보다는, 그 '의미'를 묻는 책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기술이란 우리 인간사에서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요.
"기술의 발전은 문화를 만들고, 문화는 사람의 생각과 생활 양식을 바꿉니다. 사람의 생각과 생활 양식이 바뀌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기준이 되지요. 즉 인간과 과학기술은 떼어서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과학기술이란 인간의 발전을 나타내는 지표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은, 과학기술이 여러 분야로 나뉘어 있고, 각각의 분야는 따로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이들 모두가 하나의 흐름 속에서 연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AI를 움직이려면 에너지가 필요하고, 에너지를 얻으려면 환경과 화학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환경과 화학에 관심을 갖다 보면 다시 생화학, 이른바 바이오 분야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요구가 다시 AI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을 촉발하지요. 이런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가 살아왔던, 그리고 살아가야만 하는 사회, 나아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미래에 대해서도 조금은 그 이해를 넓힐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이 그런 시각을 제공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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