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봄학교 3학년생 19명이 경남 고성도서관 교실에서 수업에 열중하고 있다. 최상원 기자
“7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는데, 아버지가 ‘딸애는 더 공부할 필요 없다’며 중학교에 보내주지 않았어요. 국민학교 졸업식 날 ‘이제 공부는 끝이다’라는 생각에 정말 많이 울었죠. 마산수출자유지역에 있던 일본 회사에 입사했는데, 이력서에 중졸이라고 거짓으로 적었어요. 정년퇴직을 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영어를 배우려고 학원에 가려니까, 사촌 언니가 늦었지만 중학교에 들어가라고 권했어요. 중학생이 되어 공부해보니 배울수록 세상이 넓어
바다이야기프로그램 지는 것 같아요. 대학까지 졸업한 뒤 실버모델이 되는 것이 남은 꿈입니다. 그때는 당당하게 대졸이라고 이력서에 적고 싶어요.”
글봄학교 3학년생 박영숙(69)씨는 지난 11월14일 “반드시 고등학교에 들어가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글봄학교는 늦깎이 학생들을 위한 중학교 학력 인정 문해학교이다. 경남 고성군 고성도서관이 2
바다이야기고래 023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2023년 입학한 3학년생은 여학생 18명과 남학생 1명 등 19명으로 이뤄져 있다. 나이는 42~90살로 다양하며, 평균 75.2살이다. 5명은 초등학교 학력 인정 문해학교를 졸업하고, 글봄학교에 입학했다.
수업은 화~금요일 오전 9시부터 11시35분까지 45분씩 3교시로 진행한다. 연간 수업시수는 40주 4
야마토게임방법 50시간이다. 필수과목인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과 선택과목인 음악·미술·한문 등 8과목을 운영한다. 학생들은 수업을 마치고 인근 고성여중 급식실에서 담임 교사와 함께 식사하고 헤어진다. 시험은 1년에 2번 치며, 성적은 최우수·우수·보통 등 3등급으로 평가한다. 해마다 1차례 현장체험학습을 가는데, 지난 10월30일엔 졸업여행을 겸해 국회도서관 부산분관
바다신2 다운로드 과 다대포해수욕장을 다녀왔다.
애초 글봄학교는 신입생 15명을 모집했다. 15명분 예산만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4명이 더 신청해서, 예비 4명까지 19명을 입학시켰다. 그리고 지난 3년 동안 단 1명도 포기하지 않아 19명 모두 졸업을 눈앞에 뒀다. 이들은 내년에 고등학교에 진학하기를 간절히 원한다.
쿨사이다릴게임 글봄학교 3학년생 19명이 수업을 마친 뒤 고성여중 급식실에서 송정욱 담임 교사(오른쪽 첫째)와 함께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최상원 기자
반장 허숙란(70) 학생은 “어릴 때는 부모가 보내주지 않아서 학교에 다니지 못했지만, 지금은 나 스스로 학교에 갈 수 있다. 2학년 때까지는 남편에게만 말하고, 부끄러워서 자식들에게도 학교에 다닌다는 것을 숨겼다. 3학년이 돼서야 자식들에게 알렸는데, 깜짝 놀라며 대학까지 가라고 격려해 주더라”며 “배울수록 재미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해서 박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부반장 배영숙(75) 학생은 “자존심 때문에 이 나이에 중학교에 갈까 말까 많이 망설였다. 신청하러 갔더니 16번째라서 탈락이라고 하더라. 혹시 모르니까 이름이라도 적어달라고 배짱을 부려서 입학했다”며 “나 스스로를 업(UP) 시키고 싶었다. 죽을 때 가져갈 것은 공부하고 싶었던 마음과 머리에 채운 공부뿐인데, 저승에 갈 때도 자랑스러울 것 같다. 죽는 날까지 계속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맏언니’로 불리는 변태호(90) 학생은 “해방되던 해 초등학교 2학년이었는데, 아버지가 중퇴시켰다. 그날부터 수십년 동안 꿈속에서 늘 학교에 갔다”며 “동생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고 집에서도 열심히 공부한다. 에이, 비, 씨, 디 배우는 것이 정말 좋다. 그런데 수학은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막내 유후임(42) 학생은 “집에서는 고등학교 1학년인 딸과 함께 공부한다. 삶이 힘들지, 배우는 것은 힘들지 않다”며 “반드시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뒤따라오는 후배들을 위한 발판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제차순(82) 학생은 지난 10월 말 자전적 시집 ‘필 땐 아프고 질 때는 더 아프다’를 출간했다. 세번째 저서다. 그는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더 배울 길이 없어서 아득했다. 글쓰기를 좋아해서 틈틈이 일기를 쓰며 한을 풀었다”며 “초등학교 학력 인정 문해학교를 졸업한 친구가 중학교에 간다는 말을 듣고 귀가 번쩍 띄었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 대학까지 가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가겠다는 희망은 벽에 부닥친 상태이다.
이들은 고성군, 고성군교육지원청과 고성읍에 있는 철성고등학교 등에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교육감에게 편지도 보냈다. 조형래 철성고 교장은 교직원 전부와 학생 95.8%의 동의를 받은 뒤, 20명 규모의 정원외 특별반을 만들 수 있도록 현재 4학급 88명인 신입생 학급·학생 정원을 5학급 108명으로 늘려달라고 경남교육청에 요청했다.
글봄학교 교실 뒤 벽면 모습. 학생들의 자화상과 글들이 붙어 있다. 최상원 기자
그러나 경남교육청은 최근 이들의 요청을 거절했다.
거절한 첫번째 이유는 고등학교는 의무교육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 어디에도 고등학교 학력 인정 문해학교는 없다. 이들이 고등학교에 가려면 일반 학생들과 같은 기준으로 경쟁해서 합격해야 한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중학교 내신성적 등이 없어서 일반 학생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할 방법이 없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더라도, 일반 학생들과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세대 갈등 등 다양한 문제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경남 창원시 한 고등학교에서 늦깎이 학생이 학생과 학부모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따라서 경남교육청은 만약 이들을 입학시킨다면, 기존 신입생 학급·학생 정원 내에서 이들만의 독립된 학급을 만들어야 할 것으로 본다.
올해부터 전국 모든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시행하는 고교학점제도 넘어야 할 문턱이다. 예전에는 의무 출석일수만 채우면 졸업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고교학점제 시행 이후 국어·영어·수학·공통사회·공통과학 등 기초과목에서 최소 학업 수준을 성취하지 못하면 졸업할 수 없다. 교육청은 이들이 입학하더라도 중도탈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 때문에 경남도교육청은 이들에게 방송통신고등학교에 진학하거나, 검정고시를 통해 고등학교 졸업 자격을 받으라고 권했다. 아니면 고등학교 학력을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평생교육으로 원하는 공부를 계속하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경남 고성군에는 방송통신고가 없다. 경남에 방송통신고는 창원시와 진주시 등 2곳에만 있다. 이들이 타 지역 방송통신고를 다니는 것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이들이 원하는 것은 단지 ‘졸업장’이 아니라, 고등학생이 되는 것이다.
고등학교 진학을 거절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반장 허숙란 학생은 “속상해서 며칠 동안 잠을 잘 수 없었다”고 했다. 맏언니 변태호 학생은 “방송통신고까지 갈 자신이 없다. 하늘이 무너진 것 같다”고 했다. 막내 유후임 학생은 “우리를 받지 않으려는 핑계일 뿐”이라며 교육청을 원망했다.
박영숙 고성도서관장은 “방학이 싫다는 학생들이다. 방학에도 일주일에 한번씩 모여 자습을 한다”며 “우리 사회가 이들의 작은 소원 하나 들어주지 못한다면 무엇을 할 수 있겠나. 이들의 소원을 이뤄주는 것이야말로 지역 소멸을 극복하는 가장 첫번째 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형래 철성고 교장도 “상당수 학부모는 이들이 들어오면 자녀 내신성적에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배우겠다는 의지다. 이들에게 고등학교 문을 열어줘야 한다. 지역사회를 위한 교육의 헌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고성군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이들을 입학시킬 방법을 찾으려고 온갖 노력을 했으나, 결정권을 가진 경남교육청이 안 된다고 하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글봄학교 교실 칠판 위에는 “꾸준함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적혀 있었다. 이 단순한 진리가 닫힌 고등학교 교문을 열 수 있을지 궁금하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