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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네온사인으로 빛나는 거리, 화려한 패턴과 색상의 복장을 한 청년들, 중국 건축 특유의 대나무 비계 등등. 1960년대 홍콩의 풍경을 그대로 옮긴 화려한 무대에 옆자리 관객이 나지막이 읊조렸다. "아, 홍콩 가고 싶다."
창립 46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홍콩발레단이 26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자신들의 대표작 중 하나인 '로미오+줄리엣'을 선보였다. 다음 달 25일까지 한 달간 진행되는 국제 예술 축제 '홍콩위크 2025@서울'의 시작을 알리는 공연이었다.
이렇다 할 스타 무용수가 없는 홍콩발레단 부산후순위대출 이었기에 국내 평단은 이번 작품에 큰 기대를 갖지 않았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로미오+줄리엣'은 130분 내내 관객을 웃게 하고 울게 만드는 힘 있는 공연이었다.
'로미오+줄리엣' 공연 모습 [홍콩발레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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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단 단원들의 개인적 기량이야 우리 국립발레단을 비롯해 세계적인 발레단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설득력 있는 각색과 화려하면서도 지나치지 않은 무대 미술과 의상, 빠른 장면 전환 등 여러 가지 면에서 관객에게 진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셉팀 웨버 홍콩발레단 예술감독은 "찬란했던 과거의 홍콩을 재현하고 싶었다"며 셰익 든든학자금 상환 스피어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을 1960년대 홍콩 사회로 옮겨 재해석했다. 줄리엣은 상하이 출신 부호의 딸로, 로미오는 홍콩의 유력 가문 출신으로 재탄생했다.
설정은 바뀌었지만, 줄거리는 원작을 그대로 따른다. 줄리엣의 아버지는 외동딸을 서양인과 결혼시키려 하면서 비극이 시작되고, 로미오가 줄리엣의 사촌이자 삼합회 두목인 타이포(원작에서 대학생대환 의 티볼트)를 살해하면서 클라이맥스에 도달한다. 자칫 유치할 수 있는 설정 변경이지만, 주역 무용수들의 풍부한 표정 연기와 직관적인 상황 설명이 가미되면서 묘하게 설득력이 부여된다.
'로미오+줄리엣' 공연 모습 [홍콩발레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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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실제 1960년대 홍콩을 가져다 놓은 듯한 무대 미술이 관객을 충분히 매료시킬 만했다. 네온사인과 대나무 비계를 무대 곳곳에 설치해 시끌벅적하고 활기찬 홍콩의 길거리를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신혼여행을 온 외국 관광객과 바쁘게 촬영 중인 영화 제작진을 배경에 넣은 것도 작품에 현실감을 부여하는 주요한 시도였다.
로미오 패거리와 티파오 삼합회의 패싸움을 쿵푸와 봉술로 연출한 점도 참신했다. 쿵푸의 정권 지르기나 공중 날아차기를 수려한 발레 동작으로 바꿔 놓았고, 무용수들의 합을 맞춘 봉술 대결은 마치 홍콩의 무협영화처럼 실감 나게 연출했다. 화려한 치파오를 입은 발레리나들과 스타일리쉬한 가죽 잠바를 입은 발레리노들의 군무도 눈을 즐겁게 했다.
'로미오+줄리엣' 공연 모습 [홍콩발레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다만 예산상의 문제였는지 오케스트라가 아닌 음원으로 재생된 음악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공연을 관람한 한 무용 관계자는 "오케스트라가 무용수들의 안무에 맞춰 장엄한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을 연주했다면 훨씬 완성도 높은 무대가 꾸며졌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지는 홍콩발레단의 '로미오+줄리엣'은 2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한 차례 더 한국 관객을 만난다.
'로미오+줄리엣' 공연 모습 [홍콩발레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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