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당도' 스틸 컷
안녕하세요. 조선일보 문화부 백수진 기자입니다. ‘그 영화 어때’ 172번째 레터는 10일 개봉하는 영화 ‘고당도’입니다. 처음 포스터를 봤을 때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제목만 보고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려나 했는데, 장례식장 제단에서 향이 피어오르고, 국화 뒤에는 의미심장한 표정의 인물들이 숨어있습니다. 그에 걸맞지 않게 귀여운 글씨체와 앙증맞게 붙어 있는 저 주황색 감은 또 무엇인가. 어쩐지 신선한 영화일 것 같은 느낌이 왔습니다.
영화는 조의금으로 조카의 등록금을
오션파라다이스사이트 마련하기 위해, 아버지의 ‘가짜 장례식’을 치르는 블랙 코미디입니다. 그리 가볍지도, 그리 무겁지도 않게 균형을 잘 잡은 가족 영화예요. 지지고 볶는 콩가루 집안을 보며 깔깔대며 웃다가도, 어느 순간 우리 집의 누군가가 떠오르는 것이 K-가족 영화의 묘미죠. 지난해에 ‘장손’이 있었다면, 올해엔 ‘고당도’를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신천지릴게임 영화 '고당도' /트리플픽쳐스
지방 병원의 간호사인 선영(강말금)은 뇌사 상태의 아버지를 2년째 홀로 돌보고 있습니다. 연명 치료를 받던 아버지의 임종이 다가오자, 남동생 일회(봉태규) 가족이 병원에 나타나는데요. 남매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바다이야기예시 만으로 이 집의 숨 막히는 분위기를 단박에 알 수 있습니다. 선영이 “뭘 그렇게 봐? 또 도망가려고?”라고 눈을 흘기자, 동생은 말합니다. “아니, 숨으려고.”
일회 가족은 사채업자에게 쫓겨 도망 다니는 신세입니다. 의대에 합격한 아들 동호의 등록금 납부 기한이 며칠 남지 않았고, 돈 나올 데라곤 없는 상태. 그 와중에 일회의 아내가 준비
릴게임추천 해뒀던 부고 문자를 실수로 보내버리는 바람에, 이 가족은 아버지의 장례식을 ‘조금 일찍’ 치르기로 결심합니다. 초반에는 병원과 장례식장 양쪽에 들키지 않고 살아있는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러야 하는 미션으로 쫄깃한 서스펜스를 만들어냅니다. 서로 미워하고 말로 비수를 꽂던 가족들이 동호의 등록금을 위해 한 마음 한뜻이 되어 팀워크를 발휘하는 장면에서 씁쓸한 웃음
바다이야기게임방법 이 터집니다.
영화 '고당도' /트리플픽쳐스
혹시 개그맨 이수지씨가 연기하는 이모와 고모의 차이를 보신 적 있나요. 왠지 모르지만 울분에 차 있는 고모와, 상냥하고 다정한 이모의 차이를 찰떡같이 표현해 큰 공감을 받았었는데요. 이 영화는 고모들을 위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선영은 독박으로 아버지 간병을 하면서, 가슴에 맺히고 쌓인 게 한 트럭이지만, 조카 학원비만큼은 꼬박꼬박 챙겨주는 그야말로 K-고모입니다. 가족이 위기에 처하면 냉철한 판단력을 발휘해 가족을 지휘하는 리더 같은 존재이기도 하고요.
그런 선영이 조의금을 두둑이 챙기기 위해 호출하는 존재 역시 고모 금순(양말복). 가족과 연을 끊고 집을 떠나 성공한 고모지만, 오빠가 세상을 떠났다는 (가짜) 소식을 듣고 비즈니스도 제쳐두고 한달음에 달려오는데요. 우아하면서도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면서, 초반부의 짧은 등장만으로도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립니다. 고모들의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어요. 반복되는 운명처럼, 가족을 원망하면서도 끊어낼 수 없는 3대의 이야기는 묘하게 닮아 있습니다.
영화 '고당도' /트리플픽쳐스
가족 관계를 바라보는 섬세한 시선이 돋보입니다. 누나와 동생, 고모와 조카, 아빠와 딸, 관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표정과 태도를 잘 포착하는데요. 특히 강말금 배우와 봉태규 배우는 친남매 같은 케미를 보여줍니다. 강말금 배우는 얼굴에서 피로와 까칠함이 뚝뚝 떨어지는 장녀, 봉태규 배우는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남동생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습니다. 일회는 병원에 감을 한 보따리 사 오는데, 하필이면 사와도 물러 터진 감을 사와 선영의 속을 또 한 번 뒤집어 놓습니다.
덜 익은 감이 서서히 달아지듯, 떫어서 뱉고 싶었던 가족도 조금씩 철이 들고 무르익습니다. 제목의 ‘고당도’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요. 부고의 ‘고(故)’와 도달한다는 의미의 ‘당도’를 합쳐, 죽음에 다다른 한 가족의 이야기. 또 하나는, 제철을 맞은 고당도 과일처럼 서서히 성숙하는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권용재 감독이 시사회에서 들려준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제철 과일을 먹을 때마다 내 인생에서 이게 100번이 안 남았다는 생각을 하며 소중히 먹는 이상한 습관이 있다. 그것처럼 오랜만에 부모님을 뵈러 갈 때도, 이 순간이 얼마 안 남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에 과일과 저희 가족의 이야기를 겹쳐서 풀어보고 싶었다.”
미우나 고우나, 인생의 모든 떫은 순간을 함께할 수밖에 없는 게 가족이겠죠. 과일에도 제철이 있듯, 견디다 보면 언젠가 달콤한 순간도 올 겁니다. 1993년생 권용재 감독의 첫 장편인데요. 데뷔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무르익은 연출을 보여줍니다. 차기작이 기대되는 신인 감독이 또 한 명 늘었네요. 그럼 저는 다음 레터에서 찾아뵙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화는 세상의 창이고 호수이며 거울. 여러분을 그 곁으로 데려다 드립니다.
그 영화 어때 더 보기(https://www.chosun.com/tag/cinema-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