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등 15개국서 4억2000만명 분 수입… 사상 최고
“삼겹살 대신 돼지 등심, 안심, 뒷다리도 먹자는 광고를 많이 하던데 왜 삼겹살만 찾는지 모르겠어요.”
한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우리 소비자의 삼겹살에 대한 집착이 놀랍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한양돈협회는 2001년부터 ‘삼겹살 말고 다른 부위도 먹자’는 광고 캠페인을 꾸준히 펼쳤지만 허무하게도 삼겹살 소비는 더욱 늘어났을 뿐이다.
한국육류유통수출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내 삼겹살 수입량은 8만4000t으로 연간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수입한 삼겹살을 다 소비했다고 가정하면 200g 1인분 기준으로 4억2000만명 분이 팔렸다.
2001년에 비하면 두 배 규모다. 국내 돼지 도축수가 조금씩 줄면서 국내 소비를 맞추기 위해 앞다퉈 삼겹살 수입을 늘린 결과다.
수입 국가도 벨기에, 칠레, 프랑스,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미국 등 15개국에 이른다.
이쯤 되면 한국인이 전세계 삼겹살을 먹어 치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은 “서민들의 삼겹살 사랑이 지속되는 한 돼지해를 맞아 삼겹살 비즈니스는 더욱 각광받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전체 돼지고기 판매량은 그대로, 삼겹살만 증가
전국에 300여개의 추풍령감자탕 가맹점을 거느리고 있는 김선권 사장은 올해 삼겹살 브랜드를 새롭게 선보일 작정이다.
그는 “감자탕으로 성공하기 전 삼겹살집을 운영하다 실패했으나 다시 한번 도전하겠다”고 했다.
그는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맛을 내는 육즙이 잘 나오도록 삼겹살에 칼집을 수십 번 내고 불판을 최첨단 돌판으로 바꿨다.
서민 음식의 대명사 삼겹살집은 불판과 숙성재료, 양념에 따라 수십 종류로 분화를 거듭하고 있다.
우선 불판에 따라 지난 80년대엔 석쇠, 호일을 씌운 사각 철판, 돌판이 유행하다 90년대 들어 솥뚜껑, 솥단지형 불판 시대로 넘어갔다.
2000년대 들어선 다시 돌판이 등장했고 도자기불판, 자수정 삼겹살, 옥돌불판, 화로구이도 나왔다.
숙성재료에 따라선 와인, 녹차, 된장박이, 묵은 김치, 허브 등 다양하다.
삼겹살이 전문점에서만 소비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흔히 먹는 보쌈에도 삼겹살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원할머니보쌈의 박천희 사장은 “80년대엔 앞다리살로 보쌈을 만들었다가 90년대 중반 들어 소비자 취향에 따라 삼겹살과 사태로 대체했다”고 말했다.
대형 유통업체에서도 삼겹살 판매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의 경우 지난해 전체 돼지고기 판매량은 그대로지만 삼겹살만은 5.6% 증가했다.
◆다른 부위는 안팔려… 사육농가 갈수록 줄어
2005년 한국인이 1인당 소비한 돼지고기는 17.4㎏으로 쇠고기(6.6㎏), 닭고기(7.4㎏)를 훨씬 앞질렀다.
돼지고기 중에도 절반 가까이는 삼겹살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인의 삼겹살 탐닉 원인에는 여러 가지 설명이 있다.
우선 탄광이나 건설 노동자들이 목 안의 분진을 없애려 삼겹살을 구워 먹은 것이 전국적으로 퍼졌다는 설(說)이 있다.
60·70년대부터 소주와 궁합이 맞는 서민적인 육류로 삼겹살이 떴다는 얘기도 있다.
원래는‘세겹살’로 불렸으나 시중에서 삼겹살이라는 용어가 유행하면서 지난 94년엔 국어사전에도‘삼겹살’이라고 등재됐다.
하지만 삼겹살 선호에 대한 부작용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국내 돼지 축산농가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돼지 한 마리를 도축하면 갈비 아랫부분의 삼겹살은 고작 10%에 불과하다.
워낙 귀하다 보니 삼겹살은 지난해 한때 1㎏에 2만원을 넘어서 수입 쇠고기 가격을 능가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대한양돈협회 관계자는“삼겹살이 비싸다고 소비자들은 불평하지만 등심이나 뒷다리살은 삼겹살의 절반 가격에도 못 미쳐 정작 돼지 사육농가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귀중한’삼겹살 부위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헐값에 수출하거나 햄을 만드는 육가공업자에게 넘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는 돼지 사육농가가 점점 줄어드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실제 국내 돼지 도축 두수는 2002년 1530만 두를 정점으로 줄어들기 시작, 2005년 1340만 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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