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헌혈은 ‘군인의 또 다른 임무’

육군26사단 예하 포병부대 행정보급관 황의선(55) 원사가 지난 7일 개인 헌혈 500회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는 대한민국 국민 중 두 번째에 해당하는 기록이고 군내에서는 최고 기록이다.

이날 ‘헌혈 지존’답게 휴가 중임에도 헌혈을 하기 위해 서울 마포구 공덕 헌혈의 집을 찾은 황 원사는 전산기록을 검색하던 간호사에 의해 이 같은 기록 달성 사실을 알게 됐다.

평상시 처럼 550㏄의 성분헌혈을 마치고 대한적십자사 측이 마련한 조촐한 기념 파티에 참석한 황 원사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헌혈하고 싶다”는 뜻를 밝혔다.그가 헌혈을 시작한 것은 1975년부터다. 서울 용산역 광장을 지나다가 헌혈 버스에 새겨진 ‘당신의 헌혈! 새 생명을 구한다’라는 문구를 보고 ‘군인으로서 해야 할 또 다른 임무’라고 생각한 것.

이후 33년 동안 변함없이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온 그의 헌혈량은 무려 23만㏄에 달한다. 건강한 20대 청년 한 사람 몸에 흐르는 혈액량(4800㏄)과 비교하면 이는 무려 48명분에 이른다.그는 2005년 10월 27일 대한적십자사 창립 100주년 기념식에서는 헌혈을 통해 이웃사랑의 정신을 몸소 실천한 공로로 국민포장을 받았고, 97년에는 국내 헌혈 횟수 최다 기록 보유자로 한국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다.

“예전에는 전혈헌혈을 많이 했는데, 2개월에 한 번밖에 할 수 없어 오십줄에 들어서는 2주마다 할 수 있는 성분헌혈을 하고 있다”고 밝힌 황원사는 “헌혈계에 몸담은 세월 만큼(?)이나 많은 것이 변했다”고 회상했다.

헌혈 하면 대부분이 초코파이를 상징적으로 떠올리지만 이제는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젊은이들의 동참을 이끌어 내기 위해 영화티켓을 기념품으로 증정하고, 채혈 장소도 쾌적하게 꾸며져 처음 헌혈하는 사람도 두려운 마음보다 편안함 속에 생명 나눔의 큰 뜻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헌혈을 향한 그의 뜨거운 열정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금주·금연·마라톤으로 깨끗하고 건강하게 혈액을 관리하는 프로다운 자세는 물론이다.“아직은 건강해서 남을 도울 수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낍니다. 2010년 말 전역하지만 헌혈은 계속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