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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적폐청산과 공정국가 건설> 이재명 성남 시장 초청 국회토론회
  글쓴이 : 발행인     날짜 : 17-01-03 18:39    

(가)경제민주화와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위한 더불어민주당 32명 국회의원 모임에서 주관한  <대한민국 적폐청산과 공정국가 건설> 이재명 성남 시장 초청 국회토론회가 2017년 1월 3일(화) 오전 10:00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2층)에서 열렸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는 축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추미애입니다.

우리 국민은 대한민국 역사에 길이 남을 ‘촛불혁명’으로 박근혜 정권에 탄핵을 명령했습니다. 천만 개의 촛불은 박정희 체제로부터 지금까지 지속된 대한민국의 적폐를 타파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재벌중심 경제, 노동배제 경제, 왜곡된 지역주의까지 모두 박정희-박근혜정권의 구시대적 유물이 아직까지 우리사회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2016년을 끝으로 우리는 이 모든 구시대적에 종언을 고했습니다.

우리 사회 <기득권 카르텔>과 그들이 만든 <양극화와 불평등>에 대한 논의에 이어, 오늘 <대한민국 적폐청산과 공정국가 건설> 방안 논의를 위한 토론회는 아주 중요하고 시의적절한 자리가 될 것입니다.

2017년은 우리 국민에게 그 어느 때보다 희망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또한, 정치권은 촛불혁명의 명령을 완수해야 할 시기입니다. 우선적으로 재벌개혁, 검찰개혁, 그리고 사회개혁을 위한 중단 없는 개혁입법을 추진해야 합니다. 오늘 토론회 주제인 ‘재벌해체, 노동존중, 복지확대’의 3대 과제를 공정국가를 향한 필수적인 목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불공정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안 마련에 주력해 왔습니다. 우리당의 경제민주화는 재벌이 독식하는 비정상적 지배구조 개선이 핵심입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마땅히 돌아가야 할 정당한 이익까지 편취하는 재벌 편향적 지배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지금보다 더 심각한 위기에 빠질 것입니다.

노동구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열심히 일해도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소득불평등 국가에서 국민은 희망을 가질 수 없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기본소득, 어르신 기초연금 등 국민 기본권을 더욱 확대해야 합니다.

2017년은 대한민국의 대전환기입니다.

모든 국민이 행복한 정의롭고 공정한 국가 건설을 위해 우리 당이 어떤 로드맵을 만들고 실천해야 할지 이재명 성남시장님을 비롯 유종일 교수님, 김상조 교수님, 선대인 경제연구소장과 함께 머리를 맞대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경제구조 개혁, 노동구조 개혁, 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정권교체에 더불어민주당이 앞장 설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은 이재명 성남 시장 <대한민국 적폐청산과 공정국가 건설> 발제 전문이다.

 

1 들어가며 : 촛불혁명이 말하는 것

대한민국은 지금 변화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올해는 기회공평하고 공정한 정의로운 ‘공정국가’로 나아가느냐, 아니면 미래가 보이지 않는 절망의 나락으로 굴러 떨어질 것이냐의 갈림길이 될 것입니다.

지난해부터 우리는 격변의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연인원 천만 명이 참가한 촛불집회를 통해 주권자인 국민들은 우리사회의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라는 명령을 하고 있습니다.

촛불시위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터져 나온 대규모시위입니다. 촛불시위를 더 깊이 이해하려면 그 바탕에 깔려 있는 본질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심각한 양극화와 불평등에 처해 있습니다. 양극화와 불평등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자산 상위 10% 계층이 금융자산과 부동산을 포함한 전체 부(富)의 6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하위 50%가 가진 것은 전체 자산의 2%에 불과합니다. 소득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5%를 차지하며, 하위 50%의 몫은 5%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의 상위 10% 소득집중도는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와 2000년대 후반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매우 빠른 속도로 확대되었습니다. 외환위기 이전인 1995년 29.2%이던 것이 2000년 35.8%, 2008년 43.4%에 이어 2012년 44.9%까지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이 같은 결과는 신자유주의의 발원지인 미국(47.8%) 다음으로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이 전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심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상위 10%의 소득집중도 상승폭은 15.7%p로 싱가포르(11.7%p), 미국(7.3%p), 일본(6.5%p), 호주(1.9%p) 등을 앞지르면서 소득불평등이 가장 심화된 국가가 되었습니다.

신분상승의 사다리는 사라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수성가형 부자는 적고 상속 부자가 많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줍니다. 국제자산정보회사인 웰스X와 미국 듀크대 연구진이 지난해 자산 3000만 달러(약 330억원) 이상인 세계 고액 자산가 1만8245명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자수성가형 부자의 비율이 33.3%에 불과했습니다. 조사 대상 53개국 중 47위로 최하위권이며, 세계 평균 63.8%의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심각한 불평등을 이미 체감하고 있습니다. 작년 현대경제연구원의 조사에서 ‘부의 대물림, 가난의 대물림이 어떤 수준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90.7%가 ‘심각하다’고 응답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노력하면 계층상승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는 ‘그럴 가능성이 낮다’는 응답이 80.9%에 달했습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것입니다.

현실을 바꿔야 합니다. 촛불 민심은 70년 적폐를 청산하고 ‘공정국가’를 만들자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모든 영역의 불공정과 격차 해소, 공정한 경쟁질서 확보, 조세제도 개편, 중산층육성, 자영업자와 사회적 약자 배려, 노동권강화, 소득재분배 확대, 보편복지 확대 및 기본소득 도입, 균형 잡힌 자주외교로 평화 정착,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하며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는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합니다.

 

2 재벌체제 해체, 노동존중의 공정경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뿌리는 재벌입니다. 재벌 대기업은 최순실 일당에게 뇌물을 갖다 바치고 각종 특혜를 받았습니다. 재벌과 결탁한 정치권력은 국민의 소중한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을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경영권 편법 승계에 동원하기까지 했습니다.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 재벌의 배를 채워주는 게 정상적 국가입니까? 재벌체제는 사회 양극화 등 대한민국 경제를 파국으로 몰고가는 주범입니다. 박근혜 범죄 집단의 공범이며, 친일독재부패세력의 실질적 토대입니다.

우리 사회 전체가 창출해 낸 부는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고, 극소수 재벌 일가가 독점하고 있습니다. 박정희 정권 아래서 정경유착의 결과로 탄생한 재벌은 이제 청산해야 할 구시대의 유물입니다.

재벌은 실력과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 권력을 등에 업고 온갖 특혜를 누리며 시장을 독점해 왔습니다. 재벌의 탐욕은 서민의 삶터인 골목상권에까지 침투해 중소 자영업자들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재벌 대기업은 간접고용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양산하는 주범입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고용형태 공시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 노동자 10명 중 4명이 파견·하도급·용역 등 간접고용노동자와 기간제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재벌 대기업은 실력 있는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고, 납품단가 후려치기로 중소기업이 가져가야 할 정당한 이윤까지 빼앗아 갑니다. 이렇게 부당하고 불공정하게 벌어들인 이익을 금고에 쌓아놓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30대 재벌 대기업들은 무려 700조 원 가까운 막대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불공정한 재벌시스템이 계속 유지된다면 대한민국 경제는 파국의 위기에 노출 될 수밖에 없습니다. 고착화된 정경유착 부패의 고리를 끊고, 불공정 재벌시스템도 해체해야 합니다.

재벌가(家)의 비정상적인 지배구조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5%도 안 되는 적은 지분을 가진 총수가 전제적 지배체제를 구축하고 군림하는 것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순환출자 등으로 가진 것 이상으로 권한을 행사하고 책임은 거의 지지 않는 부당한 현실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기업의 바람직한 지배구조는 지분을 가진 만큼 권한을 행사하고 그만큼의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재벌은 불법경영에 대해 제대로 처벌도 받지 않습니다. 탈세, 배임, 횡령 등 재벌그룹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거대한 범죄행위에 대해 엄정한 처벌을 해야 합니다. 법은 공정해야 합니다. 재벌 회장들도 불법을 저지르면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불법을 저질러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기 때문에 불법과 편법을 아무 거리낌없이 계속 하는 겁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편법적인 부의 상속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일감몰아주기에 대해서도 배임죄 등을 물어 엄중 처벌해야 합니다. 8대 재벌 총수 일가가 일감몰아주기 등으로 불린 돈이 26조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공정한 시장 경쟁 대신 땅 짚고 헤엄치면서 일부 재벌들은 2만7천%라는 어마어마한 수익률을 올렸다고 하니, 서민들은 기가 찰 노릇입니다.

중소기업의 협상력 강화, 노동이사제 도입 등도 필요합니다. 유럽은 기업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이사 중 1/3 또는 절반 이상을 노동자들이 선출한다고 합니다. 기업 내부를 잘 아는 노동자가 기업 경영에 참여하게 되면 이사회가 함부로 부당한 결정을 할 수 없게 될 겁니다.

국가는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부를 독점한 소수가 아니라, 다수 국민의 행복을 위해 행사해야 합니다. 재벌의 불법을 처벌하고, 반칙과 특권을 바로잡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친일독재부패세력의 뿌리인 재벌체제를 해체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경제의 목표는 성장이 아닙니다. 성장은 국민 모두가 잘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수단일뿐입니다. 그래서 과거 온 국민이 가난하던 시절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장드라이브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정 기업에 기회와 자원을 몰아주고 그 기업이 크면 낙수효과로 주변의 노동자와 중소기업들이 먹고 살도록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재벌이 성장했고, 고도 성장기엔 성장의 과실을 노동자와 서민들도 나눠 가질 수 있었습니다. 1980년대까지는 이런 기조가 유지됐습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환경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더 이상 낙수효과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국가의 부는 소수 기업에만 집중됐고, 그 결과 불평등과 격차가 심각해졌습니다. 우리 경제가 활력을 잃은 건 노동자들이 그들이 일한 만큼의 정당한 몫을 가져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 80%에 육박하던 노동소득 분배율은 60%대로 떨어졌습니다. 그만큼 노동자 몫은 줄어들고 기업 몫은 크게 늘었습니다. 2014년 기준 노동소득분배율은 62.8%로 OECD 25개국 중 18위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는 어떤 지표를 기준으로 해도 소득 불평등이 전 세계에서 가장 심한 나라에 속합니다.

전체 임금 노동자의 절반은 월 200만원도 벌지 못합니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많이 일하는데, 임금은 OECD 국가 평균의 2/3 수준에 불과합니다.

자원과 부가 순환해야 경제도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유효수요가 사라지면서 경제의 혈맥이 막히고 있습니다. 내수를 살려 성장의 불씨를 다시 살려야 합니다. 서민들의 지갑을 채워주고 그들이 소비를 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시급한 건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는 일입니다. 노동은 사고파는 물건이 아닙니다. 쓰다 버리면 그만인 소모품도 아닙니다. 국민 한 명 한 명의 소중한 생계수단이고, 가족을 지키는 울타리입니다.

대한민국에서 노동은 푸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나 되는 비정규직은 같은 현장에서 동일한 일을 하는데도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 밖에 못 받습니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고용불안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건 꿈도 못 꿉니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조활동도 못합니다.

법은 공평해야 하는데, 부와 권력을 가진 자에겐 관대하고 약자에겐 가혹합니다. 법을 제대로 세우는 것만으로도 노동조건을 상당히 개선시킬 수 있습니다. 노동부가 행정해석으로 주 60시간까지 허용하는 노동시간을 법대로 52시간까지 하도록 하고, 대기업의 불법파견 사내하청만 바로 잡아도 수십만 개의 정규직 일자리를 추가로 만들 수 있습니다.

0.8배만 주고 있는 초과근로수당도 법대로 1.5배씩 주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통상임금 산정방식을 정상화하면 노동자들의 근로소득이 16~28조원 늘어나 생활이 안정됩니다. 그 대신 대기업 총수들이 탈법적으로 챙긴 과도한 초과 이윤을 바로 잡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노동조합 조직을 지원 장려하고 산별교섭을 확대해 단체협약의 효과가 산업 전반으로 확대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최저임금은 1만 원선으로 올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이 가능하도록 하고 영세자영업자 지원 정책도 동시에 강구해야 합니다.

2000만 노동자의 절반 수준인 900만 명에 이르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근본적 대책 수립도 시급합니다. 같은 현장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 기업의 이윤을 위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갈라 임금과 복지 차별을 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헌법상 평등 원칙에 기반한 것으로 반드시 지켜지도록 해야합니다. 비정규직은 고용의 불안정성을 감안해 동일 노동을 할 경우 더 많은 임금을 주어야 합니다. 이는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원칙입니다. 그러나 유독 우리나라만 비정규직을 임금착취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습니다. 동일노동에 대해 동일임금을 주도록 엄격하게 적용하면 비정규직을 쓰려는 유인도 줄어들 것입니다.

재벌 대기업의 부당한 불법파견 간접고용 남용도 바로잡아야 합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원청 대기업을 상대로 한 교섭권을 보장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정치권력이 규칙을 바로 세워 재벌 대기업의 탐욕을 규제해야 합니다. 정부와 공공기관부터 상시업무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비정규직 문제를 방치하고는 미래를 얘기할 수 없습니다. 비정규직의 소득을 올려주는 건 꺼져가는 경제의 불씨를 살리는 길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촛불혁명으로 완성해야 할 민주공화국의 첫 번째 가치는 바로 노동존중, 노동중심입니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 당시, 루스벨트 대통령은 뉴딜정책으로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국가의 시장 개입력을 높였고, 실업자 구제 등 사회안전망을 강화했습니다. 노동조합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기업과 고소득자에겐 높은 세율의 세금을 매겼습니다.

소득과 부가 공정하게 분배되는 공정한 경제를 위해 바로 우리가 가야 할 길입니다.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3 ‘가짜 안보’에서 ‘진짜 안보’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종속관계로 전락한 한미관계를 바로잡는 것은 적폐 청산의 중요한 과제입니다.

지난 70여 년 동안 한국 사회를 지배해온 부정부패세력과 맥을 같이 하는 이들은 매국노세력이기도 했습니다. 매국적 정치세력은 국민보다 강대국에 의존했고, 강대국의 논리를 앞세우느라 국민의 삶을 위협했습니다. ‘가짜 안보’를 내세워 ‘진짜 안보’를 해치는 일도 비일비재했습니다.

외교 관계에서 동맹을 근간으로 해야 하는 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동맹관계에 종속되어선 안 됩니다. 우리의 주체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한미동맹은 심화시켜야 하지만 종속적 관계로 전락시켜선 안 된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는 자주적이고 균형잡힌 외교입니다. 우리의 국익을 중심에 놓고 균형외교를 펼쳐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는 강대국들에게 수탈당하는 운명을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외교는 국민의 생명, 국가의 안보를 지키면서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맹목적인 믿음에서 벗어나 동맹관계도 국익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점은 동맹국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지 우리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야 할 동맹관계를 맹목적으로 대한다면, 한반도 정세는 우리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널뛰기 외교를 했습니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해 강대국의 먹잇감이 되는 들러리 외교, 한마디로 총체적인 무능외교의 결정판이었습니다.

사드 배치는 단적인 예입니다. 사드는 미국의 세계 미사일 방어체제(MD)에 필요한 것입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북한 미사일 방어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중국의 반발만 부르고 있습니다. 사드 배치는 국익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손실만 끼치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입는 경제적 손실과 대북공조체제에 균열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 모든 부담은 우리가 떠안고 있습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은 우리의 중요한 이웃국가이자 공존공영해야 할 국가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러나 일본이 군사대국화를 지향하고, 팽창주의를 지속한다면 첫 번째 희생양은 한반도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자위대를 군대로 인정하고 군사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은 별 이득도 없을뿐더러 국민들도 납득할 수 없는 일입니다. 독도 야욕을 포기하지 않고, 위안부 문제도 해결이 안 된 상태에서 이를 묵인하고 일본과 군사협력을 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는 신고립주의와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했습니다. 트럼프는 선거운동 기간 동맹국들이 충분한 비용 부담을 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더는 유럽과 아시아국가들을 보호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하며, 방위비 분담금 협정을 재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트럼프는 비즈니스적 시각에서 동맹국들에게 더 큰 부담을 지우려 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고,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위기이기도 하지만 기회이기도 합니다. 전시작전권을 환수하고 대북 억지력을 확보하는 강력한 국방력을 구축하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우선, 주한미군의 성격이 바뀌었습니다. 미국은 지난 2003년 냉전종식과 9·11 테러 등 안보환경의 본질적 변화로 대규모 주둔군을 특정 동맹국에 집중하기보다 전세계적으로 소규모 부대를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전제에 따라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에 들어갔습니다.

한미 양국은 2006년 1월 20일 워싱턴에서 열린 첫 장관급 전략대화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했습니다. 당시 반기문 외교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전략대화를 가진 뒤 “한국은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세계 군사전력 변화의 논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존중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내놓았습니다.

한미 당국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는 해외 미군 재배치 계획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입니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은 ‘붙박이군’이 아니라 ‘신속기동군’으로 전환을 했습니다. 언제든지 미국의 필요에 의해서 한반도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미 2004년 미 2사단 2여단(4천 명)의 이라크 전격 차출이 있었고, 2009년에는 주한미군 소속 아파치공격헬기 1개 대대(24대)의 이라크 차출이 있었습니다. 2010년에는 주한미군 아파치 공격헬기 1개 대대와 500명이 한국정부와 아무런 사전논의 없이 아프가니스탄에 차출되었습니다. 미국은 2004년 이래 미 본토의 F-16전투기(12대)를 군산 및 오산 공군기지에 번갈아가며 순환배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나라에 비해 과도한 주둔비를 부담하고 있습니다. 독일 18%, 일본 50%인데 비해 우리는 70%가 넘습니다. 공식적인 방위비 분담금 외에 부동산 지원, 카투사‧경찰 지원, 제세 감면, 공공요금 감면 등 혜택도 주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독일, 일본, 한국을 정확하게 비교해서 합리적으로 주둔비를 조정해야 합니다.

주한미군 철수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주한미군 철수는 미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든 이뤄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에 대비해 독자적인 억지력을 확보하는 것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안보 과제입니다.

우리 국방비는 북한을 압도합니다. 남북한 국방비 규모를 따지면 남한은 국방예산이 매년 약 40조원 전후지만 북한은 남한의 10분의 1수준에 불과합니다. 지난해 남한 국방예산은 38조7995억 원, 올해 40조3338억 원이었던 반면, 북한의 지난해 국방예산 지출은 약 4조5000억 원(40억4000만 달러)에 그쳤습니다. ‘실질 국방비’를 기준으로 해도 2013년 기준 북한은 약 100억 달러(약 11조 원)로 우리 국방비의 약 30% 수준에 불과합니다.

전력을 비교해도 북한은 재래식 무기 위주이고, 우리는 북한보다 훨씬 현대화된 무기를 갖고 있습니다. 단순히 양적 비교로서는 남북한 군사력 비교가 이뤄질 수 없습니다. 그러나 군 당국은 여전히 육해공 군용장비의 수를 제시하며 남북한 전력을 설명하는 행태를 해마다 반복하고 있습니다. 군의 이러한 행태를 노무현 대통령이 지적해 지난 2004년 군이 남북한의 질적 군사력 비교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해당 작업 결과는 10여년이 훨씬 넘은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진짜 안보’를 위해서는 방산 비리를 뿌리째 뽑아야 하고, 국방개혁, 군 구조 개혁을 추진해야 합니다. 병력 감축과 군사력의 첨단화가 개혁의 기본 방향입니다.

현대전을 좌우하는 것은 병력 규모가 아닙니다. 아파치 헬기 1개 중대(6대)는 100여 대의 전차와 장갑차로 편성된 기계화연대를 단숨에 초토화시킬 정도의 강한 전투력을 갖고 있습니다. 무기를 첨단화하는 게 대규모 병력을 유지하는 것보다 훨씬 현명한 일입니다.

장비와 무기를 첨단화하고, 이에 따른 전문요원을 양성해야 합니다. 징병제를 기반으로 한 한국 군대의 규모는 현재 63만 명 수준입니다. 군병력을 50만 명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 정부의 목표입니다.

전문 전투병, 장기 무기 전담요원을 뽑는 ‘선택적 모병제’를 실시해 전문성과 전투력을 높여야 합니다. 지금은 20개월짜리 단기병들이 무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기술을 익힐 만하면 전역해 버립니다. 10만 명의 전문 전투병에게 1인당 연봉 3천만 원을 준다고 해도 3조원이면 됩니다. 그러면 나머지는 복무기간을 현재 21개월에서 그 절반인 10개월 정도로 단축할 수 있습니다.

군사력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평화를 지키기 위한 수단입니다. 남북교류를 통한 평화체제 구축의 길로 가면서 군도 감축과 첨단화의 길로 뚜벅뚜벅 가야 합니다.

 

4 나오며 : Think? Act!

대한민국은 대전환기입니다. 1%만을 위한 나라가 아니라 99%의 행복을 위한 나라, 공정국가를 건설해야 합니다.

네트워크가 발달하고 집단지성이 발휘되면서 대중은 정치엘리트와 정치세력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대의민주주의 체계의 한계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지금, 기술의 발전은 직접민주주의를 보다 적극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명제를 실제로 실현할 때가 되었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는 이미 나와 있습니다. 문제는 권력과 자원을 독점하고 있는 기득권 세력의 반발을 어떻게 제압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약속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화려한 공약도 지키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경제민주화를 하겠다고 했고, 복지를 확대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지도자의 철학과 의지, 약속을 이행할 실천력이 중요합니다. 제가 싱크(Think)보다 ’액트(Act)를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그것이 촛불혁명을 완성하는 핵심 열쇠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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