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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시 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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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헌담론을 진단한다. 합의제 민주주의 관점에서 본 헌정체제 디자인 3 선학태 전남대 교수
  글쓴이 : 발행인     날짜 : 14-12-21 19:26    






합의제 민주주의 관점에서 본 헌정체제 디자인

선학태 전남대 교수

 

IV. 합의제 헌정공학: 수평적 권력분점의 제도화

1. 권력구조 개편논쟁을 바라보는 합의제 헌정모델의 관점

- 권력구조(정부유형, 국회-행정부관계) 개편논쟁의 핵심은 ‘권력독점 vs 권력분점’이다. 바꿔 말하면 의회-행정부 권력배분 문제는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와 분권형 대통령제의 논쟁이 아니라 ‘다수제 헌정모델 vs 합의제 헌정모델’의 논쟁이다. 예컨대 영국 내각제와 한국 대통령제는 다수제 헌정모델의 대(對)의회 정부우위 권력구조인데 반해, 미국 대통령제와 게르만유럽 내각제는 합의제 헌정모델의 의회-행정부 권력분점 구조이다(선학태 2005: 82-84). 따라서 이 글은 권력구조 개편논쟁에 대해 대통령제·의원내각제·분권형 대통령제 중 택일적 접근이 아니라 다수제 헌정모델을 대체하는 합의제 헌정모델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 권력구조 개헌담론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작금 개헌론의 핵심은 대통령권력 축소와 국회권력 강화이다. 그런데 대통령제는 ‘87년 헌정체제’ 내에서 한국화로 착근했고 제도적 내구성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대통령이 국가권력을 송두리째 장악하고 배분하는 승자 제왕적 권력독식구조에서 정부정책에 대한 야당과 국회의 협력을 끌어내는 일은 쉽지 않다. 따라서 현행 대통령제의 승자독식 권력구조를 제거하기 위해 정부형태 및 국회-행정부 관계를 핵심으로 하는 권력구조 개편 논쟁이 불붙고 있다.

- 정·부통령 4년 중임제인 미국식 대통령제이다. 미국 대통령제는 입법부-대통령 간 견제-균형 기제, 연방제-양원제 등과 조합된다. 단순화하면 미국 대통령은 선전포고권·계엄권·긴급명령권 등 비상대권(하원)을 보유하지 않는 가운데 외교·국방권 행사에 치중하는 한편, 내정권(대통령은 보완적 업무)은 사실상 주정부로 넘기는 권력분점형이다. 어느 의미에선 미국 대통령제는 프랑스 분권형 대통령제(대통령 의회해산권)보다 더 분권적이다(Lijphart 2012: 115-116). 그래서 양당제와 결합한 미국 권력구조는 다수제 헌정모델과 합의제 헌정모델 사이의 어느 지점에 위치한다(Lijphart 1984: 33-36) 여소야대 지형에서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정책·입법 프로그램에 야당의원의 협력을 설득할 수 있으며 의원들의 자유투표(cross-voting)가 허용된다. 그러나 그러한 미국 권력분점형 대통령제마저도 치명적인 제도적 결함이 내재한다. 양당제-권력분점형 대통령 간 제도적 조합에 연유한다. ‘승자독식 vs 패자전실’의 선거결과에 따른 극단적 제로섬게임의 권력투쟁이 전개되고 초당파적 국가수반직과 당파적 정부수반직의 제도적 충돌이 발생하며. 여소야대 지형에서의 대통령-의회(야당) 간 적대적 갈등과 교착상태로 국정마비 위험이 상존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미분열국(Disunited States of America)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비등하다. 이 점에서 미국식 대통령제가 중앙집권제 국가인 대한민국에 이식한다면 그것은 정치적 재앙이다. 한국의 미국식 대통령제는 결정권과 돈줄을 거머쥔 중앙집권제 틀과 조합될 것이며 따라서 특정 지역출신 대통령의 권력독식을 사실상 8년으로 연장시키고 중앙권력의 정점인 대통령직을 쟁취하기 위한 지역중심의 양대 패권정당 간 그야말로 ‘피 터지’는 결사항전의 정치투쟁과 지역갈등을 더욱 확대 증폭시킬 것이다. 연임 실패는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예외적 현상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이때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한 다른 지역의 정치적 상실감과 박탈감을 상상해 보라. 최악의 시나리오다.

- 의원내각제이다. 독일식 내각제는 수평적 권력분점인 연정과 수직적 권력분점인 협력적 연방제(cooperative federalism)-양원제와 맞물려 작동한다(Saalfeld 2003: 38). 통상적으로 독일 권력구조는 경쟁원리에 따라 작동하는 다수제 모델과 협력-상생원리에 따라 작동하는 합의제 모델이 절묘하게 교차하는 하이브리드 헌정모델이다(Lehmbruch 2002: 176-178). 특정 정당이 상·하원 모두를 장악한 경우 정당 간 갈등-경쟁 기제가 작동하는 다수제 헌정모델이 작동하는 반면, 하원과 상원의 다수당이 다른 경우 입법과정은 하원·연방정부의 연정집권당과 상원·주정부의 다수당(야당) 간의 연정을 요구한다. 이 경우 입법과정은 사실상 대연정(grand coalition) 기제로 작동한다(Schmidt 2007: 93; Kitschelt and Streeck 2004: 27). 한국의 독일식 내각제는 ‘건설적 불신임’(constructive non-confidence) 장치를 통해 내각의 잦은 교체에 따른 정치불안을 피할 수 있으며 연립정부가 구성된다면 87년 헌정체제의 대통령제 권력독식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다. 그러나 이건 피상적 관찰이다. 우선 원론적으로 내각제는 안보특수성을 가지며 입헌군주국이 아닌 대한민국 공화국에는 부적절하다. 유럽국가의 내각제는 국왕이 존재하여 국정혼란이 국가혼란을 비화되는 것을 막아주는 구심력 역할을 수행한다. 재벌이 민선대통령을 매수할 수는 없지만, 관료-언론-종교-법조계 등과 견고한 상층부 카르텔을 형성하고 내각(수상)과 의회(의원)를 정경유착의 연계고리로 삼아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령·정책을 압박할 경제적 정치적 자원을 갖고 있다. 더욱이 단순다수대표제-거대양당제체제와 조합된 한국 내각제인 경우 정치적 양극화는 재현될 것이며 계급·계층 갈등의 조정정치 공간은 좁아진다. 바로 영국 내각제가 그렇다. 영국 권력구조는 (현재 예외적으로 보수당/자민당 연정이지만) 전통적으로 수상-집권당이 단독으로 의회-집행부를 동시에 장악하는 권력독점 기제를 내장한다(Lijphart 2012: 10-17). 이로 인해 영국 권력구조는 제로섬게임의 정치적 양극화 현상을 보인 전형적인 다수제 모델이다. 결론적으로 정당체제-의회정치가 합의제 헌정모델에 접근하지 못한 한국 헌정체제에서 내각제는 제도적으로 ‘번지수’가 맞지 않다.

- 분권형 대통령제이다. 전국민적 정통성에 기반한 초당파적인 실권 대통령으로서의 국가수반(외정·비상국정)과 의회의 신임여부에 의존하는 당파적 실권 총리로서의 정부수반(내정·평시국정)이 공존하는 정부형태다. 대통령-총리 권력관계는 상황에 따라 변화한다(황태연 2005: 51-56). 집권당이 의회 다수당인 경우 대통령은 조각권을 비롯한 국정을 사실상 주도해 대통령제에 근접하는 반면, 야당이 다수당이 된 경우 다수당 총리와 소수당 대통령으로 구성되는 이른바 동거정부(cohabitation government)가 등장하여 국정주도권이 총리에게 넘어가는 내각제에 근접한다. 따라서 분권형 대통령제는 총선결과에 따라 정부형태가 달라지는 제도적 유연성과 탄력성을 갖는다. 물론 분권형 대통령제는 국가 간 편차를 보인다. 프랑스·핀란드 등은 대통령 우위 분권형 대통령제 국가인데 반면, 오스트리아·아일랜드 등은 총리우위 분권형 대통령제(대통령의 제한적 의회해산권·군통수권·외교권) 국가이다. 공통점은 지적학적 특수성을 돌파하기 위한 합의제 권력구조로 분권형 대통령제를 채택했다는 점이다. 예컨대 극단적 이념갈등-파쇼정권-나치독일통치-연합군점령 등 파란만장한 역사드라마를 목도한 오스트리아, 그리고 스웨덴식민통치-러시아(소련)안보위협을 경험한 핀란드가 분권형 대통령제를 제도화했다. 특히 핀란드에선 전통적으로 좌우 이념적 간극이 크고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안보정책·국민통합이 국가정책 우선순위에 자리매김 됐다. 이 때문에 대통령우위 정치체제가 구축되었다.

- 분권형 대통령제는 일견 한국 권력구조로 매력적이다. 지정학적 악조건을 지닌 분단국가이고 남북교류·국방·안보·통일외교 등 특수 업무·권한을 초당적인 대통령에게 전담시킨다는 점에서 그렇다. 바깥살림은 대통령에게, 안살림은 총리에게 맡기는 권력분점을 통해 한국의 제왕적 권력독점을 축소하고, 내정에서 내각제의 책임정치 강화, 특히 제도적으로 새누리당-새정치연합 대연정을 유도하여 입법효율성 제고를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제왕적 대통령의 적폐에 비판적인 정치권이 선호하는 듯하다. 그러나 분권형 대통령제는 제도적 함정이 잠복돼 있다. 우선 한국의 거대양당체제-분권형 대통령제 하에서 예컨대 새정치연합 호남출신 대통령-새누리당 영남출신 총리 조합방식의 동거정부가 구성된 경우 대통령-총리 간 권력충돌에 따른 영호남 지역갈등을 촉발한다. 국민과 국회에서 대통령 지지세력과 총리 지지세력이 충돌할 때 국정이 난조에 빠질 수 있다. 정치권에서 주목받는 오스트리아 분권형 권력구조, 대통령이 국방-외교를 맡는다고 하지만, 대한민국과는 달리 이 나라는 영세중립국이어서 안보위협이 없다. 외정과 내정의 경계도 모호하다. 예컨대 자유무역협정(FTA)체결·국가보안법개폐·남북관계는 외치의제인가 내치의제인가? 내치와 외치 간 영역분쟁이 발생할 때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발생할 할 수도 있다. 프랑스 분권형 대통령제는 권력분점에 따른 대통령-총리 갈등관계 소지를 제거하기 위한 헌법개정(2002년)을 통해 대통령 임기를 5년으로 단축하고 대선·총선의 주기를 일치시켜 동거정부 수립 가능성을 차단했다. 한국의 분권형 대통령제인 경우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나눈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권력과 돈줄을 독점하는 중앙집권제의 틀 속에서 대선·총선의 제로섬게임은 중앙권력 장악을 둘러싸고 전국적 경쟁력을 갖춘 거대 양당 간 정치적 양극화를 재연시킬 것이며 여타 군소야당의 정치적 위상은 무의미해진다. 더 큰 함정은 대통령과 총리가 모두 특정 정당이 단독으로 장악되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슈퍼대통령’이 등장하여 그에 대한 국회의 견제메커니즘은 사실상 무력화된다(Keeler and Schain 1997: 95-97).

- 결론적으로 미국식 대통령제, 내각제, 분권형 대통령제 등 모두 현행 제왕적 대통령권력 축소에 일정부분 기여할지 모르지만, 현행 한국 헌정체제의 양당체제-중앙집권제 간 제도적 조합 속에서는 거대 패권양당 간 순환적 정권교체, 아니면 특정 정당의 영구집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이로 인해 87년 헌정체제가 유발했던 지역갈등을 더욱 증폭시킬 게 분명하다. 더욱이 각 권력구조가 과연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이념 간, 그리고 사회경제적 양극화로 인해 분출하는 계층·노사 간 갈등을 제대로 관리 조정하는 데 얼마나 유용할지 자못 회의적이다. 물론 그런 사회갈등 조정 문제는 법률적 정책적 차원의 관할 사항일 수 있다. 하지만 법률과 정책이 제아무리 금과옥조(金科玉條)로 만들어져도 이를 실행하는 정부형태가 사회갈등 조정에 순기능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면 사회통합에 실패할 개연성이 높다.

- 합의제 헌정모델의 관점에서 볼 때 다양한 권력구조 중 택일적 논쟁은 주요 변수가 아니다. 다수제 헌정모델의 틀 내에서 단순히 권력구조만의 택일적 개편은 사회균열과 정치갈등 해결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합의제 헌정공학(consensual constitutional engineering)은 선거제도-정당체제-권력구조 간의 순기능적 작동을 요구한다. 환언하면 합의제 헌정공학은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어떻게 정당 간 수평적 권력분점-협력-상생 기제가 작동하는 연합정치에 입각한 정부유형, 국회-행정부관계를 통해 사회적 균열과 정치적 갈등을 조정 관리할 수 있느냐 하는 관점에서 권력구조 개편 문제에 접근한다.

 

2. 독일식 권력분점 비례대표제-이념블록 다당제

- 선거제도는 사회균열구조와 정당체제 형성을 상호 매개하는 장치다. 사회갈등과 분열을 대표하고 관리하는 정당체제를 규정하는 독립변수가 선거제도이다. 선거제도의 변화는 정당체제의 변화를 불러오고 정당체제의 변화가 궁극적으로 권력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를 변경하여 지역주의 이외 시민사회-시장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와 균열과 갈등이 정치사회에 반영되는 것을 가능케 한 선거제도가 필요하다. 즉 합의제 헌정모델의 선거제도인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강화이다. 이는 양대 패권정당이 국회 입법권을 독과점하는 구도를 제거하고 진보좌파-중도-보수우파 블록의 정당들이 입법권을 분점·공유하는 의회정치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이 글은 정당 간 국회입법권 분점을 유도하는 비례성 선거제도의 두 가지 대안을 상정한다.

- ‘중대선거구제-권역별 비례대표제’ 2표 병립혼합제이다. 이 제도는 특정 정당의 지역별 의석독점을 완화하고 탈지역주의 효과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새정치연합이 의석의 영·호남 교차배분(당선)을 통해 지역독식을 완화하는 대가로 기존 거대 양당의 기득권 독과점구조는 고착화될 우려가 높다. 영호남 유권자들이 지역구 투표나 권역별 정당투표 모두 집단적으로 전략적 지역주의 투표를 행사하여 양대 정당의 지역프리미엄이 권역별로 지속될 것이며, 지역구 의원이나 권역별 비례대표 의원 모두 경제민주화-복지국가 등 전국민적 국가적 이슈보다는 지역적 이해관계에 메몰된 ‘지역대표’에 집착할 것이다. 특히 중대선거구제는 파벌정치, 금권정치, 당선자 간 득표율 편차로인한 ‘표등가성’ 등의 문제를 야기한다.

- 합의제 헌정모델은 독일식 권력분점 비례대표제를 상정한다. 즉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와 비례대표제가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2표 연동혼합형’이다. 유권자는 선거에서 한 표는 지역구(소선거구)후보에게, 다른 한 표는 선호하는 정당(정당투표)에 행사한다. 정당투표는 전국적으로 합산된 후 정당별로 득표율에 비례하여 각 중앙당에게 의석수가 할당된다.

- 독일식 권력분점 비례대표제는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와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독립적으로 결합’하는 현행 ‘2표 병립혼합제’와 일정 부분 유사한 측면이 있어 유권자들의 제도적 생소함·거부감을 불식하면서도 순수 비례대표제와 동일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어느 정당이든 전국적으로 지지율만큼 의석을 점유함으로써 정당의 득표율과 의석점유율이 거의 비례하며 정당중심의 비례대표제와 지역중심의 단순다수대표제 간의 유기적인 연계 기제가 작동하여 계층·세대·생태 대표성과 지역대표성이 절묘하게 조합된다.

- 한국의 독일식 선거제도 채택에 관한 쟁점이 있다. 우선 비례대표 의석의 확대 문제이다. 지역구 축소, 아니면 현행 지역구 의석수를 유지하면서 전체 의원정수 확대로 접근할 것인가의 논쟁이다. 전자는 현역 의원들의 저항이 따르는 반면, 후자는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인구규모, 국회업무량 등을 고려하여 전체 의원정수 확대가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다만 후자의 경우 국민적 저항을 고려하여 면책특권·의원세비·보좌관수 등 국회의원의 유무형 특권과 혜택을 유럽소국들의 수준으로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하여 국민적 설득과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전제가 선행되어야 한다.

- 비례대표 정당명부 작성은 권역별 혹은 전국단위로 할 것인가의 문제다. 독일의 권역별 정당명부제는 연방제의 반영이다. 한국의 권역별 정당명부제는 지역민의 정치효능감 증진, 지역인물 발굴, 새누리당-새정치연합 간 영·호남 의석 교차배분, 지방정치 활성화 등에 기여할지 모른다. 그러나 지역유권자들이 지역구후보 투표나 정당투표 모두 동일한 정당에 투표하는 행태가 발생하여 지역분할 양당체제를 온존시킬 우려가 있다. 또 지역구 의원이나 권역별 비례대표 의원 모두 ‘지역대표’의 역할에 충실하여 경제민주화-복지국가 등 전국민적 공공재보다 협소한 지역(구) 이해관계에 집착하는 등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 의원들과 유사한 정치행태를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또 제1표를 지역주의 정당 후보에게 몰표를 몰아주어 심각한 초과의석이 발생할 경우 비례의원이 한 명도 없을 수도 있다. 반면 전국단위의 정당명부는 협소한 지역의제보다 전국적 전사회적 정책의제 패키지 개발을 촉진하는 제도적 인센티브로 작용한다. 따라서 한국의 독일식 권력분점 비례대표제는 전국구정당명부-전국구정당득표율-전국구의석배분 방식으로 변형되는 게 바람직하다. 이 경우 각 정당의 비례의석은 각 정당득표율에 비례하여 중앙당에 할당된 의석수에서 각 당의 지역구 당선자 총수를 뺀 의원수이다. 이 방식은 전국적 명사정치와 보스정치 강화 우려가 없지 않으나 비례대표 의원들로 하여금 ‘국민대표’의 역할에 충실하고 전 국민적인 보편적 공공재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할 것이다.

- 정당명부 후보 및 순위 작성방식이다. 비례대표 확대의 정치적 효과는 정당지도부의 하향식 방식이 아니라 일반 당원의 의사가 반영되는 상향식 방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상향식 명부 작성방식은 개방형과 폐쇄형 등 논쟁이 있다. 전자인 경우 유권자에게 정당명부의 특정 후보에게 투표하게 함으로써 그들의 선호를 직접 비례대표 순위에 반영한다. 그러나 이 제도는 스위스·브라질 등 사례가 보여주듯이 유권자들의 인물본위 선택을 유도함으로써 정당투표의 정치적 효과를 반감시킬 우려가 있다. 이 점에서 후자가 비례대표제의 취지에 부합한다. 즉 당 공천심사위원회는 비례대표 명부 후보 자격만을 심사하고 후보 선정 및 순위 결정은 전적으로 일반당원들의 투표에 의해 결정한다. 중앙당은 경선과정의 불공정 문제가 발생한 경우가 아니면 비토권을 행사하지 않고 최종적으로 추인한다.

- 정당의 지역구 후보 선정 방식이다. 새누리당-새정치연합의 다수 유력 정치인들은 의원후보 공천권을 국민에게 되돌려 주자는 명분으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주장한다. 심지어 그 법제화 조짐도 보인다. 유권자의 정치참여를 확대함으로써 유권자와 소통하는 개방정당 등 상향식 정당민주주의를 촉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픈프라이머리는 유럽 합의제 모델국가에선 존재하지 않고 미국식 다수제 모델의 전형적인 지지자 중심 공천방식(33개 주)이다. 정치자금·조직 동원능력을 가진 현역의원·지역토호세력이 지역구 후보 독식 가능성이 높아지는 반면, ‘신진인사·신생정당의 무덤(진입장벽)’이 될 우려가 높다. 무엇보다 거대 양당체제를 고착화시켜 이념적 정체성을 갖고 사회 내 특수·부분 이익을 조직하고 대표하는 정당의 존립 근거를 약화시킨다. 정당들이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존재로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경우 정당은 차별화된 정책비전과 가치를 갖고 사회의 계급·계층·세대·생태 등 특수이익, 특히 빈곤층·노동자와 같은 사회경제적 약자의 부분이익을 제대로 대표할 수 없다. 따라서 정당의 지역구 후보 선출 방식도 합의제 정당모델에 부합해야 한다. 즉 일반 당원들의 자유투표에 의해 선출하는 방식이다. 그래야 정당정체성을 담지한 인사가 후보로 선출되고 정책·가치 경쟁을 통한 정당정치의 정상화를 꾀할 수 있다. 선거과정에서 후보는 자신의 개인적인 정책·정치철학을 개진하는 것이 아니고 소속정당의 정강정책을 대변하며 따라서 후보의 발언은 신뢰와 무게가 실려 유권자를 설득시킨다.

- 독일식 권력분점 비례대표제가 (분권형) 대통령제와 조응할 수 없다는 비판이 있다. 그러나 선거제도와 권력구조 사이에 논리적 필연성이나 제도적 인과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예컨대 미국 대통령제는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 브라질 대통령제는 비례대표제와 각각 조합되어 있다. 따라서 독일식 권력분점 비례대표제와 대통령제의 제도적 조합이 불가능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그러한 제도적 조합은 대통령 권력독점의 재조정 가능성을 총선에서 마련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 합의제 헌정모델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정당체제는 민주주의의 사회적 맥락에서 천착한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독일식 권력분점 비례대표제는 뉴질랜드 사례가 보여주듯이 정당체제의 종적 차원에서 사회적 기반에 뿌리를 둔 이념블록 다당제를 유인하는 기제이다. 이념블록 다당제는 한국사회의 계급·계층·이념·세대·환경·지역 등 복합적인 갈등과 분열을 조직·대표하고 정책과 가치에 따라 경쟁-협력 사이클이 작동하는 균형잡힌 ‘진보좌파-중도-보수우파 블록’으로 재편되는 ‘무지개’(rainbow) 정당체제이다. 이는 대략 각기 30% 안팎 분포의 ‘진보좌파 vs 중도 vs 보수우파’ 블록으로 다원화되고 있는 우리사회의 이념적 분화 현상을 반영하는 ‘포스트 87년 정당체제’이다. ‘포스트 87년 정당체제’는 현재 과잉 비대한 패권 양당체제의 국회권력 독과점 현상을 축소하는 한편, 과도하게 왜소화된 진보좌파 세력의 정치적 외연 확장과 유의미한 국회진출을 요구한다. 독일식 권력분점 비례대표제는 그 방향으로 왜곡된 비민주적인 87년 정당체제를 재편하는 선거제도이다.

- 정치권과 주류 정치학자들은 다당제-대통령제 간 제도적 조합을 ‘죽음의 키스’로 인식한다. 제도적으로 충돌한다는 것이다. ‘단세포적’인 착시(錯視)다. 1988년 13대 총선결과 집권당인 민정당이 원내 과반의석에 못 미쳐 DJ 평민당, YS 통일민주당, JP 공화당 등 야 3당이 과반을 차지하는 이른바 여소야대의 ‘4당분립체제’가 등장했다. 비록 지역주의 구도였지만 4당 간에 입법권 분점이 이뤄져 견제-균형, 협상-타협의 기제가 작동하는 ‘황금의 분할정치’가 연출되었다. 소수 집권여당과 대통령은 법안 하나를 통과시키려 해도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었고 당시 통과된 법안들은 여야 합의에 의해 처리되었다. 다당제-대통령제 하의 분점정부가 합의제 모델식 국회-행정부 관계에 기여했고 단점정부다 입법효율성을 높일 수 있음을 검증했다.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에선 비록 매우 ‘예외적’인 경우였지만 다당제-대통령 구조에서 정당 간 대화-타협정치가 작동한 것이다. 그러나 1990년 민정-통일민주-공화 3당야합에 의해 민자당이라는 거대 여당이 등장하면서 국회는 여당의 날치기 통과, 야당(평민당)의 회의장 점거 등 변칙과 파행으로 얼룩졌다. 17대 국회(열린우리당 과반), 18대 국회(한나라당 과반)의 ‘막장드라마’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리 정치사를 돌이켜 보건대, 특정 정당이 단독 과반의석을 점유하고 단독 집권하면 제왕적 대통령은 야당과의 대화-상생 정치보다는 늘 ‘힘과 수의 논리’를 동원했다. 이런 맥락은 87년 헌정체제의 양당제-대통령제가 이념블록다당제-(분권형)대통령제의 제도적 조합으로 전환되어야 하는 배경이다.

- 다당제를 하부구조로 하는 이념블록의 정당체제는 이념적 ‘색깔’에 따라 정치인들의 ‘교통정리’가 이뤄진다. 즉 진보좌파 인사는 진보좌파 정당으로, 중도인사는 중도정당으로, 보수우파 인사는 보수우파 정당으로 이동하여 가치지향성과 정책비전에 따른 정당정체성에 입각한 ‘포스트 87년 정당체제’로 재편된다. 바꿔 말하면 지역중심의 낡은 거대 패권 양당체제가 ‘탈지역적 계급·계층·세대·생태’ 중심의 이념블록 다당제로 전환된다. 이념블록 다당제는 국회-정부의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특정 정당의 권력 독과점화를 불허하여 대화-타협할 수밖에 없는 정치구조, 즉 포용-상생 원리가 작동하는 합의제 정치공간을 확장한다. 특히 정치적 완충지대가 만들어져 이념적 양극화를 완화하고 보수우파 정당-진보좌파 정당 간 ‘비적대적 공존·상생’ 정치도 가능하다. 또 정당투표에 따라 의석점유율이 결정되기 때문에 다당제 속의 각 정당들은 경쟁적으로 당 차원의 혁신을 하지않으면 정치적 존립이 어려워진다. 인과론적 관점에서 볼 때 정당 ‘안’의 경쟁적 혁신은 정당 ‘사이’(inter-party), 즉 균형 잡힌 이념블록 다당제로의 정당체제 재편 속에서 촉진될 수 있다. 이념블록 다당제 하의 유권자들 또한 당선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전략적 투표가 아니라 정당의 정강정책을 보고 표를 주는 진성투표(sincere voting)를 행사한다. 비례대표제 국가들의 유권자 투표행태에서 경험적으로 검증되었다.

- 이념블록 다당제는 지역주의 정치의 완화에 효과적이다. 노무현 정부의 지역균형발전정책-인사탕평책은 지역주의 정치의 완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는 지역주의 정치가 비단 지역개발 차이와 인사차별의 시정만으로 극복될 수 없음을 시사한다. 특히 지역개발 정책은 중앙정부 예산과 개발이익을 둘러싸고 특정지역에 연고를 둔 정당 간, 지방정부 간에 긴장과 대립을 격화시켰다. 지역주의 정치는 지역에 기반을 둔 양당체제의 기득권 독과점의 결과물이다. 따라서 탈(脫)지역주의 정치의 해법으로 단순히 전국(영호남 교차)에서 의석을 가진다는 의미의 전국정당화를 시도하는 것은 지역주의 정치의 본질을 꿰뚫지 못한 대증요법이지 원인요법이 아니다. 되레 그것은 독과점 양당체제를 강화할 우려가 높다. 따라서 탈지역주의 정치는 현재의 ‘탈계급적·탈계층적 지역’ 중심의 양당체제를, 계급적·계층적 이해관계에 기초한 ‘탈지역적 계급·계층’ 중심의 다당체제로 접근해야 한다. 지역내부의 유권자가 계급·계층적 이해관계에 따라 정책프로그램을 보고 정당을 선택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3. 연합정치-연정대통령제: 국회-정부 갈등조정과 노사정 거버넌스 간 연동

- 선거제도는 사회균열-정당체제-의회-행정부를 이어주는 기제이다. 권력분점 비례대표제는 독일합의제 헌정체제에서 실제로 사회갈등-정당체제 사이를 매개하고 의회 입법권과 정부 정책결정권의 분점·공유를 상징하는 정당 간 연합정치의 제도화를 유인한다. 연합정치는 의회-행정부 관계를 조정하여 정책의 입법화를 통해 사회갈등을 조정 관리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볼 때 한국 헌정체제의 최대 과제는 사회경제적 다양한 이익과 요구와 선호, 이로 인한 갈등과 분열을 투영하는 정치적 대표체계, 즉 선거제도 개혁을 통한 정당체제의 민주화 프로젝트를 실천하고 이를 토대로 국회-행정부 갈등조정을 유인하는 정당 간 연합정치를 제도화하는 데 있다.

- 정당체제의 횡적 차원에서 한국의 독일식 권력분점 비례대표제는 다당제로 인해 정당 간 권력분점을 유인한다. 즉 어느 정당도 국회권력을 독과점하는 과반의석의 패권정당이 되는 게 제도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회-행정부의 정책결정과정에서 교차적 협조가 아니면 파국이 될 수밖에 없는 정치구조는 진보좌파-중도, 보수우파-중도, 진보좌파-보수우파 등 가치와 정책에 따라 이념블록을 뛰어넘는 다양한 유형의 피벗 연합정치(pivotal coalition politics)의 제도화를 강제한다. 이 정치시나리오는 단순다수대표제-양당제 중심의 다수제 헌정모델 국가였던 뉴질랜드에서 1993년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후 현실화되었다. 초(超)이념블록 연합정치에서 사회적(진보적) 자유주의를 지향하는 중도정당의 피벗정당 역할이 중요하다(Müller and Strøm 2008: 191). 즉 때론 진보좌파 정당, 때론 보수우파 정당을 연정파트너로 번갈아 선택하는 등 초이념블록 연합정치의 권력 균형추 역할을 한다. 이념블록 정당 간 교차파트너십(cross-partnership)이 이뤄지는 피벗 연합정치의 틀 속에서 정당 간에 어제의 경쟁정당이 오늘의 연정파트너가 되며, 역으로 오늘의 연정파트너가 내일의 경쟁정당이 되는 사이클이 반복된다. 이러한 정당정치 사이클은 정당 간 갈등과 투쟁의 강도를 낮춘다. 무엇보다 독일식 권력분점 비례대표제의 강점은 여러 지역에 걸쳐 지지를 얻지만 그 지지가 사표로 처리되어 불이익을 받는 비지역주의 진보좌파 정당이 연합정치의 파트너로 연립정부에 참여하는 정치적 공간을 확대하여 사회경제적 약자집단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경제민주화-복지국가를 정책화-입법화하는 채널이 될 수 있다는 데 있다.

- 게르만유럽 합의제 헌정모델 국가들은 사회균열을 투영하는 비례대표제-이념블록다당제가 유인하는 연립정부 구성을 통해 시민사회에 존재하는 다민족-다문화-다언어-다종교-다계층-다지역 등에 연유한 다층적 복합적 갈등관계를 조정 관리하고 사회통합을 구축했다. 예컨대 독일의 이념블록 다당제에선 좌-우 양대 정당인 기민/기사당/사민당 대연정(1966~69, 2005~09, 2013~ )이 구성되었으며, 양대 정당 중 어느 정당도 구조적으로 과반의석을 획득할 수 없어 소수정당의 협력 없이는 독자적으로 정부구성이 어려운 구도가 통상적으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메이저 정당 간 경쟁구도에서 역설적으로 소수정당인 자민당과 녹색당이 정치적 균형추 역할을 한다. 즉 기민/기사당과 사민당 중 어느 정당을 연정파트너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집권당이 결정되는 킹메이커로 자리매김한다. 따라서 기민/기사당과 사민당은 경쟁적으로 피벗정당인 자민당 혹은 녹색당을 연정파트너로 획득하려 한다. 이처럼 독일의 권력분점 비례대표제-이념블록다당제는 피벗 정당정치를 제도화하며, 이로써 연합정치라는 합의제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사회경제적 정치적 갈등을 조정·관리한다.

- 독일식 권력분점 비례대표제가 유인하는 연합정치는 대통령제와의 제도적 조합이 불가능하다는 비판이 있다. 사실 1990년대 전반기까진 연합정치는 의원내각제와 제도적 친화성을 갖는 반면, 이념블록다당제-연합정치-대통령제는 ‘어려운 조합’(difficult combination)으로 인식되었다(Mainwaring 1993). 즉 행정부-입법부 교착상태와 정당 간 이념적 양극화를 격화시킴으로써 대통령제의 리스크를 악화시킬 것으로 예측되었다. 따라서 양당제-단독정부-대통령제가 통치능력·효율성을 향상시키는 최상의 조합으로 평가되었다. 하지만 연립정부는 의원내각제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영국에서 보듯 의원내각제가 반드시 연립내각을 선택한 것도 아니다. 대통령제 하의 연립정부는 대통령 소속정당이 의회에서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는 소수정당일 경우에 구성된다. 물론 대통령제-연립정부 조합은 통상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비록 내각제보다 유인이 약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대통령제-연립정부 조합이 불가능하거나 ‘예외적’ 현상은 아니다(Lijphart 2002: 47;Cheibub et al. 2004: 574-576; Cheibub 2007: 82-86. 연합정치-권력구조 관계에 필연적 논리나 제도적 인과성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브라질·우루과이·코스타리카 등 대부분 남미대통령제 국가도 권력분점 비례대표제가 유인하는 연립정부를 빈번히 구성한다.

- 브라질 헌정체제는 의원 개방형비례대표제-대통령 결선투표제-이념블록다당제-연합정치-연정대통령제(coalitional presidentialism)를 근간으로 작동한다. 사실 ‘1988년 헌법’에 기초한 브라질 헌정체제는 사실상 ‘제왕적 대통령제’를 용인했다. 그래서 종종 미국 주류 정치학자·정치인들에 의해 최악의 제도적 디자인으로 혹평을 받았다. 브리질 대통령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권력분점 비례대표제-이념블록다당제-연합정치의 심각한 제도적 원심력을 문제 삼은 것이다. 그렇지만 1988년 이후 브라질 헌정체제의 성과는 그들의 예측을 조롱하기라도 하듯 예상을 뛰어 넘었다. 예컨대 브라질 대통령들은 88년 이후 제정된 법안의 88%를 도입했고 이 법안 지지율은 80%에 육박했다. 왜?

- 권력분점 개방형비례대표제-결선투표제로 인해 브라질 대통령 소속정당이 항상 의회의석 20% 이하를 차지하는 등 어떤 정당도 과반의석을 점유하지 못하는 다당제가 제도화된다. 따라서 브라질의 이념블록다당제-대통령제(multiparty presidentialism)는 의원내각제처럼 작동한다(Power 2010: 23; Cheibub 2007: 128). 즉 대통령-집권당은 다른 정당들과의 연정협상을 시도한다. 예컨대 사민당(PSDB) 소속 카르도소(1995~2002) 대통령은 중도정당과 보수정당들과의 다당 연합정치를 구성했으며, 노동자당(PT)의 룰라 대통령(2003~2010)과 호세프 대통령(2010~현재) 또한 중도좌파에서 중도우파에 이르기까지 이념적 스펙트럼이 다양한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이처럼 브라질의 권력분점 비례대표제-결선투표제에 따른 이념블록 다당제는 대통령 소속정당과 군소 좌-우 정당 간의 초이념블록 연합정치에 기반을 둔 연정대통령제를 유인한다. 브라질 연립내각에선 집권당을 비롯한 어떤 정당도 자신의 가치와 정책만을 고집할 수 없기 때문에 연정파트너 정당 간의 정책조율·교환 메커니즘을 통해 대통령-의회 거버넌스가 작동한다(Figueiredo 2007: 190). 브라질의 연정대통령은 마치 의원내각제의 수상처럼 연정파트너 정당들의 득표율에 비례하는 권력지분과 합리적 예산배분을 보장함으로써 파트너 정당의 불만을 흡수하고 정국안정을 꾀한다.

- 한국의 독일식 권력분점 비례대표제는 대통령 소속정당이 의회 과반의석을 차지하여 단독정부를 구성하는 집권당의 패권적 정치지형을 허용하지 않는다. (분권형)대통령제 국가에서 집권당이 과반의석을 점유하지 못하는 의회구도가 발생한 경우 안정적인 의회정치의 운영을 위한 해법은 정당 간 연합정치 외에 다른 탈출구가 없다. 국회의 정당구조가 다당제화되어 집권당의 의석점유율이 낮을수록 (분권형)대통령제는 과반의석을 확보하기 위한 해법으로 연합정치의 필요성과 가능성은 높아진다(Power 2010: 25). 이러한 의미에서 독일식 권력분점 비례대표제-연합정치는 연정대통령제를 유인하는 촉매제이다. 더욱이 국회의원 독일식 권력분점 비례대표제에 대통령 결선투표제가 결합하면 이념블록의 다당체제가 구심적 정당경쟁-협력(centripetal party competitionpartnership) 사이클로 작동하는 연합정치의 제도적 토대를 강화한다(Colomer and Negretto 2005: 67-71). 이로써 87년 헌정체제의 권력독과점 양당제-제왕적 대통령제는 권력분점의 연합정치-연정대통령제를 중심축으로 하는 ‘포스트 87년 헌정체제’로 전환된다.

- 연합정치-연정대통령제는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대표하여 사회-국가 관계를 조율하는 한편, 국회-정부(대통령) 관계를 매개하는 연결고리이다. 그것은 한국 헌정체제의 고질적인 행정부-입법부 간 첨예한 갈등·교착 장벽을 허물고 협치(協治)의 틀로 바꿔 국정안정을 위한 전략적 기제이며 (Colomer and Negretto 2005: 64, 65-67), 이를 통해 정치적 대표성을 높이고 정책책임성을 강화하는 정치예술이다(Crepaz and Birchfield 2000: 206-215). 대통령 소속정당의 정책만을 고집 할 수 없고 국회 차원에서 정책-입법 연합을 구축하여 국회-행정부 융합 공간을 확장할 수 있기때문이다. 요컨대 독일식 권력분점 비례대표제-결선투표제-이념블록다당제와 제도적 기능적 친화성을 갖는 연정대통령제는 의원내각제처럼 초이념블록의 정당연합(party coalition)을 매개로 국회-행정부 갈등을 조정하는 협력적 교환기제로 작동하여 입법 효율성·생산성을 높이는 기제이다.

- 합의제 헌정모델의 연합정치-연정대통령제에선 입법과정의 ‘식물정치’(gridlock politics)를 구조화시킬 ‘국회선진화법’은 불필요하다. 국회선진화법은 집권여당의 법안 날치기 통과를 막기 위해 국회의장 직권상정 제한, 안건조정위원회 설치, 안건 자동상정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동안 쟁점법안을 놓고 국회가 연출했던 ‘막장드라마’를 지켜 본 다수 국민이 이 법안의 필요성에 공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법안을 표결도 없이 자동으로 통과시킨다는 것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 원칙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다. 이런 점에서 국회선진화법은 다수제 모델의 제왕적 대통령제에 내재한 국회-정부 간극단적 갈등관계에 비정상적 장치로 일시적인 숨통을 터준 ‘산소호흡기’에 불과하다. 근본 처방이 아니다.

- 연합정치-연정대통령제는 정체성과 정책지향성이 차별화된 정당체제를 제도화한다. 87년 정당체제에서는 한편으론 다양한 사회갈등과 분열에 따른 다당제를 요구하는 정치적 에너지가, 다른 한편으론 대통령직을 획득하는 경쟁과정에서 양당제를 압박하는 정치적 에너지가 교차한다. 이 때문에형식적으로 다당제의 틀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선·총선을 전후해 선거공학적 이합집산이 요동치는 등 끊임없이 불안정하다. 그러나 연합정치-연정대통령제는 각 정당이 사회갈등과 분열을 조직·대표하며 경쟁-협력 사이클이 작동하는 안정적 정당체제의 제도화를 유인한다. 이념·계급·계층·세대·생태·지역 등 다수 사회블록으로 분열된 한국 갈등사회를 대표하는, 즉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누구의” 정체성을 차별화한 이념블록 다당제를 제도화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소수당도 연정파트너로 참여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이 열려 있어 해체되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과 독자적 정책비전을 견지하며 내각구성에 참여한다. 만일 소수정당이라는 이유로 반항구적으로 정부의 정책결정·집행 과정에서 배제되고 정부 내각구성에 참여하는 제도적 공간이 마련되지 못하면 그것은 사회적 정치적 갈등의 원인이 된다. 연합정치-연정대통령제는 그러한 불씨를 제거하여 안정적 정당체제를 지속가능하게 작동시킨다.

- 무엇보다 연합정치-연정대통령제는 합의제 모델의 또 다른 제도적 축인 사회적 대화 시스템의 정상적 작동을 유인하는 강력한 제도적 독립변수다. 특히 노-사-정 거버넌스는 시민사회-시장-국가 사이를 유기적으로 조합하는 수평적 의사결정 패러다임이며, 이익집단-정부 간의 정치적 교환(political exchange)을 통해 노사 이해집단들의 이익갈등을 조정하는 시스템이다. 서유럽 합의제헌정모델 국가들의 정부는 연금-실업보험과 같은 복지체제 재편과 노동유연화 등 사회갈등을 유발할 소지가 있는 정책의제나 이슈들을 곧바로 의회에서 다루지 않고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파트너십시스템을 작동시켜 여기서 합의된 정책협약(policy pacts)을 의회에 법안으로 이송한다. 이는 의회의 입법과정에 압박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볼 때 현재 정치권이 공무원단체가 참여하는 국회 밖 사회적 합의기구와 국회 안 여-야-정 기구를 설치하여 공무원연금법 개혁과정에 접근하려는 시도는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그 투트랙 전략은 낙관적이지 않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노사정 타협시스템도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았다. 당시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된 정책협약이 국회의 입법화 과정에서 지역(구)중심의 반노동적인 거대 양당정치의 제동에 걸려 노동에게 더 불리한 방향으로 변질되거나 부결되었으며, 심지어 국회에 입법의제로 상정조차 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곤 했다. 결국 다수제 헌정모델의 지역(구) 중심 거대 양당정치는 노사정위원회에 노동참여를 독려할만한 아무런 정치적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못했고 노동의 ‘거리정치’를 일상화시키는 주된 요인이었다. 반면 합의제 헌정모델의 연합정치-연정대통령제는 노사 이익단체-행정부-국회간 유기적 협력을 촉진하는 강력한 연결고리이며, 정책협약의 입법화 과정은 국회-정부와 노사정거버넌스 사이를 제도적 기능적으로 연동시킨다.

- 이론적 차원에서 볼 때 좌우 이념블록을 교차하는 연립정부는 노동과 자본을 평등하게 대표하여 ‘복지 vs 성장’ ‘유연성 vs 안정성’ 등 정책갈등을 조정하는 기제이다(Andeweg and Timmermans 2008: 281-285; Andeweg 2011: 197-198). 이 경우 특정 이익단체에게만 편파적으로 우호적이거나 특혜를 일방적으로 부여할 수 없고, 중립적 입장에서 노사 등 사회적 파트너를 협상테이블에 견인하는 정치적 동력으로 작용한다. 이익단체들 또한 초이념블록 연립정부 내 연정파트너 정당 간 역학관계상 특정 우호적인 정당을 상대로 로비정치를 통한 일방적인 이익관철의 시도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그들은 초이념블록 연립정부의 노사 이익조정 중립성을 신뢰하고 사회적 대화시스템에의 참여를 회피하지 않는다. 실제로 비례대표제가 유인하는 서유럽 합의제 헌정모델 국가들의 초이념블록 연합정치가 노사정 파트너십을 안정적으로 작동시켰다. 핀란드는 정당체제의 파편화(약 10개 정당이 의회 진출) 속에서 사민당, 중앙당, 국민연합(CON) 등 세 메이저 정당들 중 두 정당과 군소정당들이 참여하는 이념블록 정당들이 교차하는 ‘무지개’ 연립과반내각을 통해 임금조정·실업급여·공공연금 등 정책개혁에 접근하는 노사정 대화 시스템 작동을 촉진했다(Junger 2011;Kangas 2007). 독일의 좌우 초이념블록 연합정치와 적(red)/녹(green) 연정, 그리고 오스트리아의 좌우 대연정이 노사(정) 대화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작동시켜 경제민주화-기민주의 복지국가를 구축했으며, 글로벌 시장의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복지체제 재편을 저항 없이 시도했다(Schmidt 2007; Schulze and Jochem 2007; Pelinka 2009; Schulze and Schludi 2007).

- ‘포스트 87년 헌정체제’의 정당정치가 진보좌파정당-중도정당 혹은 진보좌파정당-보수우파정당 등과 같은 초이념블록 연합정치-연정대통령제로 작동할 때 노-사-정 거버넌스가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정치지형이다. 특히 진보좌파정당-보수우파정당 연립정부는 노동과 자본을 동등하게 대표하는 정치적 공간을 확장하여 복지-성장, 유연성-안정성 선순환 정책조합을 산출하는 노사정대타협을 유인하는 인센티브이다. 선거제도 개혁으로 진보좌파정당이 국회에서 유의미한 의석을 점유하고 그 출신이 청와대 경제사회 관련 수석비서관으로 입성하거나 사회경제 관련 부처 장관으로 입각하는 초이념블록 연합정치-연정대통령제 지형에선 재벌-사용자단체는 보수우파 정당에 대한 로비정치를 통해 일방적으로 노동유연화-성장 정책만을 요구하는 이익관철을 시도할 수 없다. 따라서 그들은 습관적으로 익숙해 온 대정부 로비·압박정치를 철회하고 조세·복지확대-투자확대-일자리창출-교육훈련강화 등 양보-화답 스탠스를 통해 정부-노동과의 협상전략으로 나오는 것 외 다른 옵션카드가 없다.

- 초이념블록 연합정치-연정대통령제는 노동대중을 대표하는 진보좌파 정당의 양보-화답을 끌어내는 데 효과적이다. 진보좌파 출신 국회의원-장관들은 다른 연정파트너인 중도정당 혹은 보수우파 정당들과의 정책조율·교환 협상과정에서 소속 정당의 이념적 도그마에 빠져 전면무상의료·재벌해체 등 특정 급진적인 정책만을 고집할 수 없다. 대신 그들은 예컨대 임금인상 자제, (노사 공동결정 체계에 입각한) 재벌대기업 경영권보장, 노동시장의 내부-수량적·기능적 유연화 등 친기업적 신자유주의 정책을 일정 부분 수용할 수밖에 없다. 진보좌파 정당의 그러한 양보-타협 조치가 없으면 연정갈등(coalition conflicts)으로 인해 초이념블록 연합정치-연정대통령제는 더 이상 존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동대중-진보좌파정당의 탄력적인 양보·타협스탠스는 재벌-사용자단체를 노사정 대화시스템으로 견인하는 강력한 인센티브이며, 노사정 간에 복지-성장 선순환 정책조합의 일괄타결(package-deal)하는 사회적 대타협을 유도할 것이다.

- 이런 시나리오는 브라질 룰라 대통령에 의해 현실화된 바 있다. 그는 과격한 노동운동 경력의 좌파 골수 지도자였지만 집권한 후 비례대표제로 인해 자신의 노동자당(PT) 의석점유율이 늘 20%를 밑돌자 좌우 이념블록을 교차하는 연립정부를 구성하여 한편으론 빈민-서민 복지정책을 확대하고, 다른 한편으론 매우 흥미롭게도 자신의 좌파브랜드에 걸맞지 않게 보수우파 연정파트너 정당들의 친기업적 신자유주의 정책을 과감하게 수용하여 노사정 대타협을 유도하곤 했다. 좌우 연립정부의 ‘노사 쌍끌이’ 정책이 좌우 연정대통령에 대한 자본의 신뢰를 축적하는 한편, 극도로 과격했던 노조운동의 절제와 타협을 이끌어낸 것이다.


이언주 경기도 광명시 을 국회의원 공약 신호등 --- 보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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